세금이 없으면 국가도 유지되지 않는다. 반면 세금을 잘못 부과하면 조세저항, 나아가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며(보스턴 티 파티를 생각해보라), 심할 땐 나라가 망한다(중국 왕조들의 부침은 대부분 가혹한 세금과 관련이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조선말 3정의 문란을 떠올려도 좋겠다). 따라서 세금은 납세자가 합당하게 낼 만하다고 생각해야 하며, 지속가능해야 하며,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세금이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다.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오히려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헌법 재판소가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유는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이 형평성(공평성)에 위배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즉 결혼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리 매겨지는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형평성이란 능력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으로 수직적 공평성과 수평적 공평성이 있다.(서울대 이준구 경제학과 교수). 좀 더 부연설명하면 수직적 공평성이란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는 것을 말한다. 수평적 공평성이란 수입이 똑같으면 세금도 똑같다는 것이다.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이 위헌판결을 받은 만큼 부부 공동명의분에 대해선 종부세를 환급해준다고 한다. 과세표준 10억원 짜리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한 사람은 앞으로 종부세를 물지 않는 반면(냈던 종부세도 돌려준다), 남편 명의로만 등기한 사람은 앞으로도 종부세를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지금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것은 소용없다. 향후 종부세를 물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공동명의로 바꾸기 위해선 재산가액의 4%에 해당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5억원이면 약 2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묻는다. 이런 상황은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가. 똑같이 1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갖고 있는데, 누구는 부부 공동명의이기 때문에 세금을 안내고, 누구는 남편 명의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은 공평한가. “왜 진작 부부 공동명의를 해 놓지 않았냐”고 잠자리에서 부인들에게 지청구를 들어야 하는 불쌍한 남편들의 원성이 들린다. 부부 공동명의가 무슨 양성 평등 구현의 잣대도 아니고, 공동명의 여부로 종부세가 달라진 다는 것은 코미디다. 결혼의 중립성에 대해선 단호히 불평등이란 잣대를 들이민 헌재가 이런 불평등은 예측하지 못했단 말인가.
물론 현재의 종부세는 문제가 많다. 소득 없이 집만 한 채 갖고 있는 고령자나, 한 집에서 수십년 살았는데 집값이 올라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종부세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라고 헌재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하느냐, 다시 6억원으로 하느냐, 1주택 장기보유자의 감면 기준을 3년으로 하느냐, 그 이상으로 하느냐로 갈팡질팡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 내든, 종부세가 누더기가 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정도로 누더기가 된 종부세라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 이제는 세금까지 운(運)으로 내야 하는 세상이 온 것 같아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