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주, 중국의 두부, 일본의 미소. 모두 콩으로 만든 음식이다. 아시아 주식인 대두 가격이 이번주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시아권이 술렁이고 있다.
대두값이 급등하면서 아시아권의 콩 선점 현상이 촉발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거리 시위..亞 정부 대응 나서
인도네시아인 1만명은 지난 14일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콩값이 지난해 125% 급등한 데 이어 올해에도 50% 이상 폭등하면서,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온 것.
한국에서 콩값은 지난해 12월에만 10.7% 상승했다. 올해 들어 두유, 과자 등 콩 관련 제품 소매가격은 30% 뛰었다. 일본 미소 제조업체들은 최근에 판매가를 10~1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그레이엄가(街) 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상인들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부 가격을 인상했다. 전에 4홍콩달러(483원)로 값을 매겼던 두부 한 모에 5홍콩달러(605원)를 받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아시아 정부들이 대응에 나섰다. 한국 농림부는 대두 가격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했고,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콩 수입량을 늘릴 준비를 갖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폭등세를 잡기 위해 임시 조치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당국은 미국에서 질이 떨어지는 대두를 수입해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로 했다.
◇바이오연료가 사람 잡아..수입의존도 높아 해결 요원
콩값을 밀어올린 주원인은 바이오연료와 중국이다.
특히 세계 최대 콩 수입국 중국이 사료로 콩 소비를 늘리고 있는 점이 대두시장에 그늘을 드리운다. 중국인의 고기 소비가 늘면서 콩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농림부는 오는 2017년이면 중국 수입량이 전세계 대두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동 타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대두시장의 최대 변수지만, 중국은 본토 생산량에 보충하는 형식으로 콩을 수입하고 있어 변화 추이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콩값이 계속 뛰면 자칫 정치 문제로 비화될 위험이 높다. 먼저 선점하기 위해 국력을 동원하거나, 수출국이 콩을 무기화할 수도 있는 상황.
일본은 소비량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매년 수입 물량만 400만톤에 달한다. 그 가운데 4분의 3은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