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국세청의 `칼`

  • 등록 2005-05-11 오후 5:00:04

    수정 2005-05-11 오후 5:00:04

[edaily 김상욱기자] 국세청이 신임 청장 취임후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계펀드, 부동산투기 등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하는 등 과거의 분위기와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국세청의 모습에 대한 걱정스러운 시각도 나오고 있다는데요. 경제부 김상욱 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경제관련 언론보도를 눈여겨 보신 분들은 국세청이 자주 주인공이 되고 있는 흔치 않은 기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국세청은 최근 외국계펀드 세무조사, 부동산투기조사, 음성탈루소득 조사 등 눈에 띄는 강력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제계의 이슈메이커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국세청의 행보는 과거 국세청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드디어 국세청이 칼을 뽑았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국세청은 거의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 특히 세무조사와 같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한다 안한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라는 팩트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습니다. 행여 확인되면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는 덤덤한 어조로 주목을 피합니다. 세무조사 여부를 언급할 경우 해당기업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수면밑에서 업무를 처리합니다. 누가 조사국 직원인지 알수도 없고 사무실 출입도 철저하게 제한됩니다. 하지만 요즘엔 국세청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음성탈루소득자 27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할때 조사대상자들의 숫자를 명시한 모습도 과거와는 다른 것이었고, 오늘은 중간조사 진행상황까지 브리핑했습니다. `대외 공개`만 바뀐게 아니라 세무조사 활동자체가 매우 적극적입니다. 외국계펀드, 부동산투기에 대한 세무조사도 동시에 진행, 마치 국세청 조사전력의 대부분이 최근 업무에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국세청의 변화는 이주성 국세청장 취임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주성 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부실과세 방지`과 `공평과세`를 강조한 것에 대한 결과물들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청장은 사석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과거 정권의 눈치를 보던 국세청장의 모습과는 달라지겠다는 의지표명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외국계펀드나 부동산투기 조사 등은 청와대 등의 기류를 감지하고 국세청이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상황이야 어찌됐건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부분을 바로잡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국세청 관계자도 최근 분위기에 대해 "작년의 경우 경기가 어려워 세무조사를 못했다고 보는게 맞다"며 "올해의 경우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최근과 같은 빈번한 `발표`에 대한 면역력 문제입니다. 그동안 국세청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국민들에게는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면위로 부상하는 일이 너무 잦아졌습니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국세청이 너무 나서는거 아니냐. 자꾸 국세청이 거론되면 그나마 간신히 좋아지려는 경제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경제부담도 운운했지만 국세청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는 거죠. 자꾸 칼을 빼다보면 처음에는 `국세청이 조사한다더라`라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둔감해져서 `늘 하는 건데 뭐`라는 무감각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국세청이 공평과세를 위해 칼을 빼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당연한 업무입니다. 그렇기에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일련의 조사들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계펀드나 부동산투기나 `역시 국세청은 무서워`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겁니다. 용두사미식으로 `이왕 칼을 뺐으니 무라도 자르자`는 생각은 거부해야 합니다. 칼을 무나 자를려고 뽑은 건 아니잖습니까? 엄중한 결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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