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프리뷰-23일) 스노우도 그린스펀도 없는 날

  • 등록 2003-05-23 오후 5:02:28

    수정 2003-05-23 오후 5:02:28

[edaily 강종구기자] 컵 안에 반쯤 물이 차 있다. 처음 이를 본 사람들은 “반밖에 안남았네. 곧 더 줄어드는 거 아냐”고 걱정했다. 주가는 하락했다. 사람들이 더 모였다. “물이 반보다 조금 더 찼네. 기다리면 가득 차겠다”고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주가는 올랐다. 이번 주 미국 증시는 홍역을 치렀다. 존 스노우 재무장관은 “최근의 달러약세는 매우 완만한 조정이다”고 말했고 “강한 달러정책은 환율수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일갈했다.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의회 연설에서 예의 “조심스런 낙관론”을 유지했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금리를 내릴 것 같은 암시는 주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시큰둥 했고 채권시장은 실망했다. 시간이 지나고 종전과는 다른 해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우지수는 22일 이틀연속 상승했고 4일 연속 내린 나스닥지수는 반등에 성공하며 1500선을 회복했다. 약한 달러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는 “달러가 약하면 기업실적이 좋아질 것이고 그럼 주가도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린스펀의 말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보다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4주 연속 40만건을 상회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증시는 초반에만 불안했고 곧 잊었다. 투자전문사이트 CNN머니는 이날의 키워드로 “낙관론”을 꼽았다. 23일 미국 증시에는 시장에 충격이나 호재로 작용할만한 경제지표도 없고 이렇다할 기업실적 발표도 없다. 예상못한 호재나 악재를 배제한다면 전날 시장을 지배한 “낙관론”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문사인 멜라도,플린&어소시에이츠의 상무 브라이언 피너티는 “투자자들이 올해 하반기에는 더 나을 것이라는 쪽으로 돈을 걸고 있다”며 “주가가 빠르게 오를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는 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거래를 마치면 월요일 ‘메모리얼데이‘를 포함해 3일동안의 긴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의 시장애널리스트 래리 와치텔은 “진공상태와 같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은 근거가 있다. 달러약세로 외국인의 이탈이 우려된다지만 상당부분은 국채나 주정부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거의 절반가량이 그렇다. 반면 주식시장에는 18%가량만이 투자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해 증시가 받는 충격이 채권시장만큼은 아닐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또 달러약세로 기업실적이 좋아진다면 충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또 그린스펀의 말대로라면 디플레이션이 올지 안올지는 몰라도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금리가 낮으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주가)도 높아진다. 달러 약세가 최근 주가하락의 주범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기술적분석가이며 자본시장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포저는 “미국 주가지수와 달러의 상관관계는 매우 변동성이 크다”며 “어떨때는 정의 관계(달러강세-주가상승)이고 어떨때는 부의 관계(달러강세-주가하락)이고 또 아무 관계가 없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가치는 최근 1년 넘게 떨어졌지만 주가는 초반에 하락했고 나중에는 급등했다”며 “약세장 처음 18개월동안 달러는 강세였다”고 강조했다. 기술적분석가들은 최근 주가하락의 원인을 달러약세나 디플레우려보다 주가차트에서 찾는다. 다우존스지수나 나스닥지수 모두 박스권 상단에 위치해 있어 매물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양 지수는 박스권을 탈출하는 듯 보였으나 최근 하락으로 다시 박스 안에 갇혔다. 그러나 지수 조정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아 밑에서 받치는 매수세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애완동물 서비스업체인 페트코와 운동용품업체인 스포츠오소리티 등이 분기실적을 발표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전날 장 마감후 실적을 내놓은 소매업체 갭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갭은 분기순이익이 주당 22센트로 전년 동기 4센트의 5배가 됐다고 발표했다. IT경기가 악화됐음에도불구하고 분기손실이 줄어들었다고 밝힌 소프트웨어업체 노벨 역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지시간 새벽 2시 40분 현재 나스닥100선물지수는 5.50포인트 상승했고 S&P500지수선물도 3.10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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