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PC산업, 꺼지지 않는 생명력

[edaily] 휴렛팩커드 창업자의 후손인 월터 휴렛은 PC산업의 미래성이 더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즉, 대부분의 가정이 최소 1대, 많게는 3대의 PC도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PC산업은 이미 성숙기를 지난 사업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을 반대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미국내 PC판매는 12% 감소했다. 이는 PC가 90년대 주류 사업으로 등극한 이래 처음 있는 감소세였다. 전세계적으로 PC판매는 5% 감소했으며 수익은 극히 적었다. 그러나 PC산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왜일까. 머큐리뉴스의 샘 디아즈는 여기에 이렇게 답한다. "HP의 잉크젯 프린터에서부터 소니의 캠코더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PC를 보완하기 때문이다"라고. 소니의 정보기술 제품부문 부사장인 마크 비켄은 "실용적인 PC라기보다는 오락지향적인 면에 더 치중해 왔다"면서 "개인용도의 PC 그 자체 뿐만 아니라 토탈 솔루션이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게이트웨이나 이머신즈 같은 PC 제조업체들은 저가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소니나 애플컴퓨터 등은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브랜드 네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델컴퓨터 등은 기업용 수요에 중점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델컴퓨터의 대변인 콜린 라이언은 "기업에는 3년 이상된 컴퓨터가 1억6400만대 이상 있으며 이것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HP와 컴팩은 "합병"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달 19일로 예정된 주주투표를 앞두고 있는 HP는 프린터 등 PC관련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한편 디지털 카메라나 스캐너 등의 판매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합병을 반대하는 HP측 인사들은 HP가 프린터와 잉크 사업에만 중점을 둘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PC산업의 팽창이 HP의 수익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PC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든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새로운 업체의 시장진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스의 대표 팀 바자린은 PC산업의 기존 승자들만이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며 새로운 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PC사업에 이미 진입해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한 기업들만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델이나 HP 등은 서비스와 컨설팅, 웹 기반의 제품들에 의해 향후 5년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고전하는 PC부문을 여전히 살려두고 있는데, 이 회사는 PC를 소니의 카메라와 캠코더, 음향가전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 허브(Hub)라는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하고 있다. 애플 또한 마찬가지다. 애플의 마케팅부문 부대표 그레그 조쉬악은 "다른 많은 회사들이 PC부문의 인력을 감축하거나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맥 운영체계(OS)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i튠즈, iDVD, i포토와 같은 핵심기능에 투자함으로써 i맥을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머신즈나 게이트웨이 제품 대신 소니나 애플의 고기능 제품을 선뜻 구입하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많이 판다고 해서 많이 벌지는 않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머신즈의 마케팅 부문 부대표 밥 데이빗슨은 "결국 우리는 돈을 잃는 대신 시장점유율을 포기해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가정책의 어려움을 표현해 주는 말이다. 리서치 업체 IDC의 로저 케이 이사는 "이머신즈는 저가정책으로 소비자층을 공략해 왔으나 평균 판매가격이 낮아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해외사업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한 게이트웨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PC판매가 미국지역에서는 감소했지만 라틴 아메리카와 동부 유럽 등에서는 매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HP 컴퓨팅 시스템 부문대표인 듀안 지트너는 "HP와 같은 국제적인 기업은 중국을 비롯, PC 침투율이 낮은 지역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 가정의 65%는 PC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직장일을 하는 배우자나 취학연령의 아이들을 위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요가 많다고 보고 있다. IDC의 케이는 "이것은 과잉공급(saturation)이냐 보급(penetraion)이냐의 문제"라면서 "미국시장의 3분의 2에는 PC가 보급돼 있지만 대체시장이 존재하므로 시장에 끝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의 경우에도 효율적인 대체 시장이 마련됐으며 이에따라 소규모 업체들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