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빅3`, 운명의 카운트다운

GM, 금융권 보유채권 출자전환 방안 검토
일부 브랜드 매각도 추진
일각에선 `빅3` 합병론도 대두
  • 등록 2008-12-01 오후 3:43:21

    수정 2008-12-01 오후 3:43:21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디트로이트 빅3`가 자동차 업계를 대표한다는 관념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는 한 때 도로를 점령하던 막강한 기업들이지만,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다.

3사의 북미 시장점유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올해 손실은 총 3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올 연말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빅3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 주 워싱턴 D.C.를 다시 방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구제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들이 마련한 자구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3사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GM, 금융권 보유채권 출자전환 추진

지난 주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빅3 경영진은 각각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번 의회 출석에는 함께 한 차를 타고 `카풀`로 참석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동하는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들이 가져올 자구책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채권금융단의 보유 채권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 달 30일 보도했다.

GM은 의회 출석을 앞두고 하루 전날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이면 이자 부담을 덜게 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M이 파산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처지인 금융사들도 이같은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GM은 이와 함께 현재 8개인 브랜드 중 새턴, 사브, 폰티악, 허머를 매각하거나 정리해 브랜드 수를 4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3사 합병만이 살 길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디트로이트 빅3 회사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세 회사가 합병한 후 주요 브랜드만으로 재구성해 회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시보레와 포드, 캐딜락 등 세계적 명성을 얻는 브랜드를 살리되 폰티악과 머큐리, 새턴 등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

GM의 밥 루츠 부회장은 "합병이 당장 현재의 위기를 해소해주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 업체들이 덩치를 키우는 상황에서 합병 추세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 자동차 역사에서 합병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GM은 지난 1908년 뷰익 올즈모빌과 캐딜락, 폰티악이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1916년에는 여기에 시보레가 통합됐다.

뉴스위크는 다만 빅3의 합병에는 강력한 노조와 독립적인 딜러들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동시 합병이 아닌 단계적인 합병이 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빅3` 운명은 다음주 결정

빅3의 운명이 정해지기까지는 딱 1주일이 남았다. 3사 경영진들은 정부 구제금융 250억달러 지원 요청을 위해 오는 2일까지 자구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미 의회는 자구계획안을 검토한 후 오는 5일경 3사 CEO 청문회를 열고, 이르면 8일 정부 지원을 결정하는 법안 표결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 달 청문회에서 지원을 거부한 바 있는 의회가 자동차 업체들의 자구책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구제 또는 파산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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