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허드 CEO, 하원 청문회에 증인 출석

  • 등록 2006-09-22 오후 11:19:36

    수정 2006-09-22 오후 11:19:36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불법 통화내역 조사 스캔들로 위기에 직면한 휴렛패커드(HP)의 마크 허드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하원 청문회 증언대에 서기로 했다.

HP는 22일(현지시간) 허드 CEO(사진 하)가 오는 28일 하원의 에너지 상무 소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패트리샤 던 HP 이사회 의장과 앤 배스킨스 총괄 고문 등도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HP는 최근 언론에 이사회 정보를 흘린 내부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신분을 위장한 뒤 특정 정보에 접근하는 `프리텍스팅(pretexting)`이라는 자료 수집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역풍에 휘말렸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패트리샤 던 HP 이사회 의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던 의장 외에 허드 CEO도 불법 조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에너지 상무 소위원회의 민주당 의원인 미시간 주의 바트 스투팩 하원의원은 허드의 청문회 출석이 불가피하다며 그의 증언을 촉구한 바 있다.

스투팩 의원은 "허드 CEO가 회사 정보 유출자 조사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이메일들이 오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허드가 조사 진행 과정은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투팩 의원은 HP가 회사 정보 유출자 색출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사용한 프리텍스팅 수법이 비단 HP 뿐 아니라 미국 기업계에 보편화돼 있을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HP와 같은 대기업이 그런 일을 할 정도라면 많은 미국 기업들이 프리텍스팅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HP는 지난해 이사회 회의 내용이 계속해서 언론에 유출되자 외부 업체를 고용해 이사들의 통화 내역을 조사했다. 조지 키워스 이사가 정보 유출자라는 것을 밝혀낸 HP 이사회는 키워스에게 이사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키워스는 정보 유출을 시인하면서도 이사직 사임 요청은 거부했다.

이 와중에 키워스의 사임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른 이사인 톰 퍼킨스가 패트리샤 던 의장의 문제 처리 방식을 놓고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 전설적 벤처 투자가이기도 한 퍼킨스는 이사직 사임 이후 자신의 통화 기록이 HP에 의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퍼킨스가 HP를 강력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점차 `HP 스캔들`로 번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 감독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결국 HP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사설 탐정을 고용해 이사진과 9명의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입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빌 로키어 검찰총장의 대변인은 "HP가 처음에는 검찰의 조사를 방해했지만 지금은 협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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