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위기론 증폭..비관론자 목소리 커져

경제지표 부진 외에도 쌍둥이적자 등 근본문제 해결안돼
  • 등록 2004-08-18 오후 2:55:17

    수정 2004-08-18 오후 2:55:17

[edaily 하정민기자] 연속적인 경제지표 부진, 고용 및 소비 부진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암울한 현실 상황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가 대표적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미국 경제가 겪고있는 성장 둔화 조짐도 걱정이지만 쌍둥이적자, 부동산시장 거품, 과다한 가계부채 등 기존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쌍둥이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달러절하 뿐인데 이를 용인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 로치·FT 울프 "미 경제, 성장한계 직면"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비관론을 담은 각종 보고서를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로치는 16일(현지시간) `쌍둥이 적자, 일촉즉발 위기로 번지나(Twin deficits at the flash point)` 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6월 미국 무역적자가 월간 기준 사상최고인 558억달러를 기록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75%에 달하는 무역적자 대 GDP 비율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치는 1980년대에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고 평가했다. 1987년 2분기 미국 무역적자가 GDP의 3.2%에 달했을 때 주식시장 활황이 무역적자로 인한 경제 위협을 상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달러, 채권, 부동산 등이 당시 주식시장이 담당했던 안전판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나 미국 경제여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주식, 외환, 파생상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로치는 불과 3일 전인 13일에도 `면도날의 끝(Razor"s edge)`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확률이 40%나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동력인 미국 소비와 중국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있으며 고유가까지 겹쳐 동반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FT의 유명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도 만만치 않다. 울프는 18일 칼럼 제목을 `파멸의 길로 접어든 미국 경제(America is now on the comfortable path to ruin)`로 붙이고 오는 2008년 미국 경상수지 규모가 GDP의 8%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조한 저축률과 해외투자 감소 등이 이어질 경우 이 비율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울프는 지난 11일과 4일 칼럼에서도 미국 경제가 부채라는 이름의 `늪`에 빠져 익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적자와 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무역흑자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며 이것이 세계 경제 불안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낮은 저축률이 쌍둥이적자 근본 원인..방법은 "달러 절하" 로치와 울프는 모두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 막대한 쌍둥이 적자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진단을 내렸다. 다름아닌 `미국의 낮은 저축률`이다. 국내 저축이 국내 투자를 하회하는 현실이 쌍둥이적자의 근본 원인이라는 논리다. 투자자금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자금을 대거 들여오면서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고 두 비관론자는 주장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평가절하 정책을 고수하면서 적자가 더욱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치는 미국 경제는 작년 말 기준 미국의 민간 저축액이 전체 국가 소득의 4.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평균치인 8.3%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의 순 저축률은 10%에 달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5.9%로 뚝 떨어졌고 1990년대에는 4.8%까지 하락했다. 울프역시 미국이 아시아국가들에게 지고 있는 막대한 경상적자는 저축률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2002년말 기준 미국의 저축률은 14%에 불과한데 아시아 국가의 전체 저축률은 37%에 달해 경상수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 특히 중국의 경우 43%로 미국의 세 배가 넘는다고 우려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 별로 없다는 점도 문제다. 울프는 경상적자를 타개할 방법은 달러가치의 `평가절하(devaluation)`라고 주장했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방법역시 미국이 다른 나라 희생을 발판으로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다. 울프는 지난 4일 칼럼에서는 세계 단일통화 도입을 통해 미국이 무리한 경상적자를 감내하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세대에서 단일통화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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