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에 대해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자격을 직권으로 해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에 대해 정부가 직권 해촉 절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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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1일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에 대해 법에 따라 직권으로 위원 해촉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해촉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김 상임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구속됐다. 고용부는 김 상임부위원장에게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권 해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김준영 위원이 불법시위 및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로서, 이는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또 “그동안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노총에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을 추천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였으나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고용부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을 직권 해촉하는 것은 최저임금위가 1987년 발족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참여가 어려워진 김 사무처장 대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해달라고 공식 요구한 상태다.
다만 김만재 위원장도 김준영 상임부위원장과 함께 망루 농성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고용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고용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저임금위의 법정 심의기한인 오는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임박한 만큼 해촉 제청과 동시에 신규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등 최저임금 심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