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에 인권위원장 "비동간 도입 권고 이행해야"

"변화 더디지만, 우리 사회 변화 위해 최선 다할 것"
"여성들 여전히 사회 각 부문에서 성폭력과 차별 경험"
  • 등록 2023-03-08 오후 12:52:37

    수정 2023-03-08 오후 12:52:37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은 8일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 등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른바 비동간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여성의날인 이날 인권위는 송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유엔(UN)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고 지난 75년 동안 여성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힘써왔으나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 각 부문에서 성폭력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에서 형법의 강간죄를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최근 여성가족부가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한 개정 계획을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넣어 발표했으나 법무부의 신중 검토 의견에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동의간음’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해당할 때 강간죄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비동간은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일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는 “우리 위원회는 지난 20여년간 노동시장 내 차별 개선과 성폭력 철폐 등을 위해 국회와 정부에 각종 법제도 개선 권고를 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며 “우리 사회가 UN 등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을 이행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06년 제2차, 2017년 제3·4·5차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제7차, 2018년 제8차 최종견해에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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