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재난지원금 10명 중 9명 "쌀·라면·화장지 샀다"

[재난지원금 효과분석] 현금 수급가구 분석
46% “경제 어려움 겪지 않아”, 28%는 “소득 어려움”
현금 93.7% 소비 지출 사용…5~6%는 저축·빚 상환
  • 등록 2020-12-23 오전 10:17:02

    수정 2020-12-23 오전 10:29:38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받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대부분 식료품 등 구입에 썼지만 5~6% 가량은 저축과 빚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지급을 받은 사람들 중 절반 가량은 코로나19로 경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응답해 저소득층 중에서도 피해 정도에 따른 선별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지난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현금대상 62% 1인가구, 대부분 식료품 등 구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받은 가구의 13.1%는 현금으로 지급 받았다.

다수 가구는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원을 받았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 가구에게는 현금으로 지원했다.

현금 지원금은 카드·상품권 등 다른 지급수단과는 달리 빚 상환, 저축에 직접 사용하는 특수성이 있다. 이에 KDI는 현금 수급가구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형태를 별도 조사했다.

설문조사 대상인 1500가구 중 실제 응답한 1386가구의 지원금 액수를 보면 61.7%가 1인 가구 지원액에 해당하는 40만원을 받았다. 2인 가구 지원액인 60만원은 23.4%, 3인 가구 지원액 80만원 4.2%, 4인 가구 이상 지원액 100만원 2.9%로 순이다. 현금 지원을 받은 10가구 중 6가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응답자 중 48.5%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가구였다. 기초연금 수급가구는 58.1%, 장애인연금 수급가구는 8.7%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인 가구가 71.2%로 다수를 차지했다.

사용 시점은 5월에 대부분 사용했다는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대부분 사용했다. 이어 6월 33.7%, 7월 12.0%, 8월 4.2% 순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주된 사용 용도를 보면 소비지출이 93.7%다. 3.8%는 저축, 1.8%는 빚 상환에 사용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저축한 금액을 1년 내 지출로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65.8%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 지출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소비 지출은 15%에 그쳤고 빚 상환(52.2%)과 저축(32.8%)이 높은 비중을 기록해 국내 현금 지급가구와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

소비 지출의 사용현황을 보면 식료품·가정생활용품 등 필수 지출 품목에 사용했다는 응답자가 90.3%에 달했다(복수응답). 이어 병원비·약제비 등 보건의료비 40.5%, 외식 25.8%, 의류·서적 등 구매 16.5%, 서비스 이용 8.9%, 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 구매에 4.4% 등 순이다.

각 품목에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 평균액은 식료품·가정생활용품이 30만1000원, 보건의료비 6만6000원, 외식 3만1000원, 의류·서적 등 1만8000원 등 순이다. 내구재와 서비스 이용은 각각 7000원씩에 그쳤다.

현금수급가구 분석 기초 통계. KDI 제공
지원금 지급 따른 추가 소비지출 효과 21.7%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대체효과를 고려해 실제 소비증가효과를 나타내는 한계소비성향(MPC)은 0.217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받은 가구는 본래 소비 지출보다 추가로 21.7%를 지출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미만의 한계소비성향은 0.251로 65세 이상 고령층 0.204보다 높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추가 소비 지출이 적었다는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지 묻는 문항에는 45.6%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막 현금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중에서도 막상 절반 가량은 경제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DI는 고령층·장애인 등 현금수급가구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 경제 어려움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28.4%, 구직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14.0%로 나타나 어려움을 겪는 가구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의 경제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줬는지 문항은 50.4%가 매우, 38.0%는 다소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며 “대부분 현금수급가구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경제적인 도움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품목별 긴급재난지원금 소비 지출 현황. 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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