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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알파벳) 등 소위 ‘FAANG’으로 불리는 미국 정보기술(IT) 대장주들의 시가총액이 지난 3주 동안 3970억달러(약 420조원) 증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AANG이 주도하는 IT업종은 지난 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나스닥 신기록 행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달 12일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도 페이스북(-2.8%), 애플(-0.7%), 아마존(-5.2%), 넷플릭스(-5.1%), 알파벳(-2.4%) 등 큰 폭으로 하락해 시총이 787억달러(약 83조원) 줄었다.
5000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고객정보 유출, 우버·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및 이에 따른 시험주행 중단, 아마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압박 등 연이은 악재가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준 탓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IT업종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케이브레라캐피털의 폴 칼슨-윌리스 글로벌 주식거래 헤드는 “페이스북은 길가는 사람도 아는 주식, 이른바 ‘골든차일드(golden child)’였다”면서 “하지만 고객정보 사태 유출 이후 월가 투자자들은 물론 평범한 부모들에게까지 구글이나 아마존 등과 같은 다른 IT기업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FAANG의 하락세는 반도체 칩 제조업체부터 전자결제 업체, 생명공학 회사 등까지 IT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IT분야 모든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전체 지수도 2.2% 끌어내렸다. 특히 테슬라 주가는 이날 5.1%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모델3’ 생산지연,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및 이에 따른 재무상태 악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비판도 IT업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의 돈을 잃게 만들고 있는데도 우체국이 아마존 덕분에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보들이거나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우체국)은 손해를 보고 있다. 세금을 내는 전국의 소매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달 29일에도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주와 지방 정부에 세금을 거의 또는 전혀 내지 않는다”며 “우리 우편시스템을 그들의 배달부로 이용하고 수천개의 소매업체들을 문닫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아마존 때리기’는 지난 달 28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아마존에 대한 세금 관련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꺼번에 쏟아진 악재에도 불구하고 IT업종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500 기술업종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2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S&P500 전체기업의 순이익 성장률 전망 1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