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도정당의 정치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등록 2017-05-14 오후 5:03:18

    수정 2017-05-14 오후 5:03:18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중도이기 때문이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패배한 원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도중, 한 정치권 인사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대선을 살펴보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보수 결집은 강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야·야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데에 어느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대선구도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흘러갔다. 중도정당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애당초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중도정당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나온 정당의 경우 대다수 급진적인 성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존 지지자들의 이탈을 유도했다.

그런 면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치적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지난 4·13총선에서는 정당과 지역구 의원을 다르게 뽑는 교차투표가 나타나면서 중도정당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단 한표만 허용하는 대선은 상황이 다르다. 양당체제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중도정당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이 말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은 알맹이 없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을 설득하고 당원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뚜렷한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이 없다. 사안별로 선택과 결정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지지자를 일부 얻겠지만 또 일부 지지자를 잃게 된다. 강력한 지지기반을 얻기 어려운 만큼 정당 스스로 강한 확신과 내부 결집력이 없을 경우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흡수통합되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존 양당체제의 폐해를 수없이 목격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민 삶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40석의 국민의당과 20석의 바른정당이 합치면 60석이 된다. 이는 단순한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영·호남의 결합으로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으로 더 넓은 의미의 중도정당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물론 뿌리가 다른 두 정당이 물리적 결합을 넘어서서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진일보를 위해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의 양당 통합론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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