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패배한 원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도중, 한 정치권 인사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대선을 살펴보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보수 결집은 강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야·야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데에 어느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대선구도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흘러갔다. 중도정당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애당초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중도정당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나온 정당의 경우 대다수 급진적인 성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존 지지자들의 이탈을 유도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중도정당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이 말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은 알맹이 없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을 설득하고 당원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뚜렷한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이 없다. 사안별로 선택과 결정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지지자를 일부 얻겠지만 또 일부 지지자를 잃게 된다. 강력한 지지기반을 얻기 어려운 만큼 정당 스스로 강한 확신과 내부 결집력이 없을 경우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흡수통합되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존 양당체제의 폐해를 수없이 목격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민 삶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뿌리가 다른 두 정당이 물리적 결합을 넘어서서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진일보를 위해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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