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라크가 안정을 회복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라크 전역에서 빈발하는 테러 등 각종 폭력사태와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정치 세력의 합종연횡 등을 고려할 때 총선 후에도 혼란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라크는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시위 등과 맞물리면서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실제 수니파 주민들은 2012년 12월 말 반정부 시위를 시작한 이래 1년 넘게 금요 시위 등을 이어가며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정부군이 수니파 시위대를 무력진압한 ‘하위자 사건’을 계기로 종파 분쟁이 심해져 2006∼2007년의 내전이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바논 이슬람국가’(ISIL)는 지난해 12월30일 군경이 서부 안바르 주 주도 라마디 인근의 시위 현장을 강제 철거한 이래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1월4일 안바르 주의 팔루자 전체와 라마디 일부를 장악했다.
이후 군경과 ISIL의 대치가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투표소와 군경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는 등 각종 테러가 끊이지 않아 이라크 전역에서 올해 들어 벌써 3천명 가까이 희생됐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에 대적할 만한 정치 세력의 부재로 법치연합은 무난히 최다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법치연합은 선거를 실시한 12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법치연합이 총리를 선출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정치 세력의 합종연횡이 길게는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10년 총선 당시에도 알말리키 총리는 총선 이후 9개월 만에야 연임을 확정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현지의 한 소식통은 27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여러 정치 세력의 이합집산을 거쳐 알말리키 총리가 연임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면서도 “연정 구성에만 최소 수개월 걸릴 수 있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시아파 안에서 알말리키 총리의 경쟁 세력은 시아최고이슬람이라크위원회 수장인 유력 성직자 암마르 알하킴이 이끄는 알무와틴 연합을 꼽을 수 있다.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도 지난 2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알아흐라르 블록을 비롯한 그의 추종 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밖에 시아파의 극단주의 세력인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정의연맹)도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알누자이피 의장의 무타히둔 블록과 알무틀라크 부총리의 알아라비야 블록, 시아파 인사인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의 알와타니야 블록이 수니파의 주요 정치 세력으로 꼽힌다.
북부 3개 주에서 자치정부를 꾸리는 쿠르드족 역시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치 세력 중의 하나이다.
한편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이라크 내 시아파 정치 세력의 연합을 종용하고 있다는 등 이란의 이라크 총선 개입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군의 완전 철군 이후 알말리키 총리를 비롯한 시아파 집권세력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미국은 여전히 무기 지원 등을 통에 이라크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철군 이전에 비하면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