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폭탄 떨어질라···반반 쪼개진 정몽구의 5000억

  • 등록 2011-08-30 오후 2:00:43

    수정 2011-08-30 오후 2:00:43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5000억원짜리(현대글로비스 지분 7.02%) 통 큰 기부가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반반으로 쪼개졌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도 막대한 증여세 앞에선 둘러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9일 정몽구 회장은 약속을 지켰다. 정 회장은 해비치사회공헌 문화재단에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 3.51%(131만5790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정 회장측이 공시한 지분은 약속한 지분의 절반 정도.    기부금 5000억원이 지나가기엔 증여세법의 `길`이 너무 좁았다. 현재 상속 및 증여세법은 기업주식총수의 5%가 넘는 기부 주식은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변칙 증여로 보고, 최대 60%의 증여세를 물린다.

그래서 이날 지분 증여는 5%를 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단행됐다.  2007년 재단 설립 이후 정 회장은 1500억원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재단에 내놓았다. 재단은 이 중 상당 부분을 현금화 해 복지활동에 사용했다. 그리고 현재 남은 지분은 1.37%(51만2821주)정도.    이날 정 회장이 새로 출연한 주식 3.51%과 재단이 보유한 잔여분 1.37%를 합하면 4.88%로, 5%선을 넘지 않았다.  만약 정 회장이 약속한 지분 7.02%를 한꺼번에 재단에 증여하거나 3.63% 이상을 증여한다면,  절반 이상이 사회공헌활동에 쓰이지도 못한 채 세금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분 분산 증여에는 시장 충격 완화란 요소도 작용했다.  재단으로 넘어간 글로비스 주식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증여세 부과 문제와 시장충격 완화 등의 문제 때문에 지분을 나눠서 증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머지 지분도 순차적으로 증여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해비치 문화재단은 우선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중 최소 3.51%를 팔 가능성이 높다. 그 뒤 다시 정 회장으로부터 나머지 지분 3.51%를 넘겨받아, 세금 폭탄을 피한다는 수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경우 총 발행주식의 5%가 초과하는 지분 증여는 일단 최대 60%가 과세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성실공익법인에 지정되면 지분 10%까지 과세하지 않는다"며 "또 올해부터는 성실공익법인이 10%를 넘는 지분을 갖더라도 상호출자제한집단이나 특수관계자가 아닐 경우, 3년 내에 지분을 매각하면 과세하지 않는 조항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실공익법인의 지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 ▲운영소득의 80%를 목적사업에 사용하고 ▲이사회의 5분의 1 이상을 특수관계자로 둘 수 없고 ▲공인회계사 등 외부 감사를 두고 ▲전용계좌와 ▲결산소득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5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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