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과 이 총재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부터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나란히 참석,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한국의 경제 상황을 세계에 알렸다.
이 총재와 강 장관은 총회 마지막날인 13일, 각각 오전 오후 짬을 내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위기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국내 경제 현실을 보는 시각과 이에 대한 해법은 차이가 컸다.
강 장관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과 관련 "은행이 스왑시장을 통해서도 정말 해결이 안 될 경우 마지막으로 우리가 (외환보유고로) 해결한다고 (은행들에게) 약속했다"며 "은행들 각 자가 혼자 걱정해 달러를 사 모으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그런 점에서 (은행간 자금거래에 대한) 지급 보증은 대외적으로 이미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단기 차입이 어려울 경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통해 은행의 필요 자금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단기자금이 부족해 은행들이 지급불능(디폴트) 상황에 빠지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이어 "정부 정책은 따로 따로 낼 것도 한데 모아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그 뒤에는 정치가 있다"며 "중앙은행이라는 조직은 이런 정부와 거리를 두라는 것"이라고 언급, 강만수 경제팀과 거리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한은 직원들에게도 일을 할 때는 조용히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발언으로 시장 신뢰를 잃고 있는 강 장관이 듣기엔 불쾌해 할 수 있는 대목.
강 장관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공식 제안했던 `통화스왑 확대안`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강 장관은 워싱턴에서 개최된 긴급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선진국간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왑 대상에 신흥시장국이 포함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개발국 재무장관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들의 통화스왑을 개도국으로 확대하자는 안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상대방이 있는 일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이 총재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화 국제화 정책에 대해 "원화 국제화는 원화로 무역·자본 거래가 원활하게 거래돼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사고방식부터 국제화에 뒤져 있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원화 국제화는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부)가 참여정부 때 부터 추진해 온 핵심과제로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직 인수위 당시 192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했다. 강 장관이 G-20 회의에서 제안했던 통화스왑 대상 확대안도 그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왔던 원화 국제화 정책방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이 총재의 발언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원론을 들고 나와서 어쩌겠다는 것이냐"며 "더 이상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