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 중인 정모씨(27세, 여)는 요즘 밤에 잠이 안와서 고민이 많다. 대학 졸업 후 모교도서관에서 온 종일 공무원시험과 입사시험 준비 때문에 책과 씨름하는 정씨는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는데도 이상하게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나면 아침에 머리가 늘 멍멍하고 묵직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고 책을 붙들고 있어도 공부한 내용이 머리로 들어오지는 않는 것은 당연지사.
정씨뿐 아니라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도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은 마찬가지. 잠은 늘 부족한데도 시험생각만 하면 잠이 오지 않으니 아주 답답한 일이다.
늘 잠이 모자라 ‘하루 종일 잠만 잘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정신이 말짱해서 긴긴 밤을 지새우는 탓에 ‘다만 1시간만이라도 제대로 눈 붙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수험생 등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불면증에 시달리기 쉬우니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옛날 중국에 2년간이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한 귀부인이 잠을 깊이 자 보는 것이 소원이라 어느 날 남편에게 불면을 고칠 의사를 불러 달라고 했다. 남편은 당대의 명의를 불러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리나케 달려 온 의사는 부인이 잠 못 자는 이유가 사려상비(思慮傷脾: 생각이 너무 많아 비장의 기운이 상한 것)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남편에게 ‘부인의 심사를 자극해 화를 내게 하면 이런 저런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며 부인의 약을 올리기로 입을 맞췄다. 이 의사는 귀부인의 집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진료비는 왕창 챙긴 후 빈둥빈둥 놀다가 처방전 하나 써 주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얼마나 괘씸하고 억울하던지 귀부인은 여러 날을 불같이 화를 내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이후 열흘 가까이 깨지도 않고 잤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원인을 크게 2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중병을 앓은 뒤 몸이 허약해져서 잠을 자지 못하거나 노인이 양기가 쇠약하여 잠을 자지 못하는 것으로 나누고 있다.
게다가 나이 들어가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많아 갈수록 말동무도 줄어드는 탓에 무료한 낮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밤에는 말짱한 정신으로 긴 밤을 꼬박 새는 분이 많다. 이 때문에 이른 새벽에 오는 신문을 들고 아침 TV방영시간이 될 때 까지 꼼꼼하게 읽는 분들도 있다.
요즘은 비단 노인 뿐 아니라 실직의 위험에 노출된 40대 심지어 30대 가장들도 불면의 날을 보내기도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한파가 한참 일해야 할 40대 가장의 잠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매실이 좋다. 매실 10개를 깨끗하게 씻어 찌꺼기를 제거한 뒤 30분간 팔팔 끓인 뒤 수시로 나누어 먹으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피로에 찌든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술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