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학선기자] edaily BoMS(봄스) 멤버인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14일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기대수익률의 변화와 자금의 이동을 거쳐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위험선호도 변화에 따른 자금이동 가능성을 반박했다.
최 팀장은 "적어도 상반기 중 나타날 경기 지표들은 채권의 추가적인 기대수익률 하락 요인 또는 위험 확대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며 "주식으로의 급격한 자금 이동이나 또는 채권시장으로부터의 급격한 자금 유출은 나타나지 않고 결국 전고점 대비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시중자금을 이동하게 만드는가
연초 홍역을 치룬 채권시장이 2월 중순 금통위 이후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물론 변동성이 크고 대규모 손실로 일부 기관의 채권시장 참여가 여의치 못해 아직은 이른바 ‘불안정적인 안정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전후한 금리 폭등에 대해 이미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거니와, 실제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적어도 그 시점보다 시장 심리가 많이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잠시 되돌아 보면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초 금리 급등의 원인은 그 동안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소비 부문이 뭔가 회복될 기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즉, 초기 과정에서 국채 발행물량 결정의 미숙함이 원인이 되었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원인을 제공했을 뿐이고, 소비 회복이 암시하는 장기적인 투자 회복 및 자금 수요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 압력,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예상, 자금 이동이나 이동에 대한 예상 등등, 이런 요인들이 금리를 끌어올린 근본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 2월중에 좀 혼란스럽기는 해도 내구재 소비의 증가, 카드 사용액 증가, 백화점 매출액 증가 등이 나타났으니, 금리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절을 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채권 포트폴리오 조정의 명분은 있었다. 게다가 주가가 오르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흐르면서 조만간 시장 전체적으로 채권을 살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줄거나, 적어도 채권 자금의 집중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몇 가지 급등을 초래했던 우연들도 겹쳤지만 결국 지내 놓고 나면 우연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시장을 해설하는 사람이나 시장참가자들은 다시 변화한 금리 수준으로부터 균형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공히 자금 이동의 새로운 변화,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만 향후 자금 이동과 가격이 갖는 동학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뭔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면, 이는 자금 이동이 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가격이 자금 이동에 미치는 효과를 압도한다는 얘기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향후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와 이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자금 이동에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원인의 판단에 따라 적어도 단기적인 전망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논의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란 무엇인가? 이는 우리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도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가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가설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전략적 자산 배분상 위험도가 높은 자산 클래스에 대한 배분 비중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의 시장가격은 오르고 ‘안전자산’의 시장가격은 내린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조금 더 논의를 진전시킨다면 이러한 구조적 변화 하에서는 설사 자산 클래스별 상대가격의 변화가 발생한다고 해도 기본적 자금의 흐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구조적 변화에 따른 자금 이동의 기본 방향은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는 이른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말하는 위험선호도의 변화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자금 이동의 본질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특히 자산별 상대가격의 변화 양상을 놓고 그것이 위험선호도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인식 역시 현재의 자금 이동에 대한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위험선호도, 과연 변했나
합리적인 주체를 가정하는 경우 전략적 자산 배분은 자산 클래스별 기대수익과 예상 위험, 그리고 개별 투자자의 위험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 중 시기별 자산 배분 비중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대수익과 예상 위험이고, 개별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설이다. 자산별 배분 비중의 변화는 특정 자산 클래스의 위험조정 기대수익이 여타 자산 클래스의 위험조정 기대수익에 비해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투자자의 위험조정 방식에 변화에 따른 경우는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의 예를 들어 보자.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무엇 때문인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채권, 부동산, 현금 등 여타 자산 클래스에 대한 주식의 위험조정 기대수익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상대 기대수익이 커졌을 수도 예상 위험이 줄었을 수도 있고 둘 다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선호도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위험조정 상대 기대수익의 변화가 없었던 상태라도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즉, 국내 경제 주체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 자극을 받아서, 비록 상대 기대수익이나 예상위험에 대한 변화가 없었지만, 자산 배분의 구조를 바꾸었다는 얘기다.
물론 이론에 따르면 개별 투자자의 경우 나이나, 소득 수준, 자산의 규모에 따라 위험선호도가 다르므로, 이를 확대 해석해서 우리 경제의 인구구조, 금융자산 규모나 GDP가 바뀌면서 위험선호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 정도 논의조차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단지 정부가 나서서 자금 이동을 부추기기 위한 행동을 했고, 사회 전체적으로 각계 각층의 그런 시각이 커져서 투자자들이 위험선호도를 바꿨다는 게 최근 패러다임 변화론의 주된 관심인 것이다. 이런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행위는 주식의 상대적인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을 바꾼 행위일 뿐이지 위험선호도를 바꾼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보면 이렇다. 정부가 벤처 투자 붐을 조성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기대수익을 높이는 행위이며, 암묵적 수익률 보장 행위는 투자의 예상 위험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를 바꾼 행위라 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줄었다는 얘기나 그 때문에 주가의 변동성이 작아졌다는 얘기, 나아가 부채비율이 낮아져서 신용 리스크가 줄었다는 얘기도 모두 투자의 예상 위험을 떨어뜨린 요인이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를 바꾼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적립식 펀드의 증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가 높아져서 적립식 펀드가 늘었다기 보다는 낮아진 금리와 높아진 주식의 기대수익 또는 낮아진 주가의 변동성에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위험선호도가 증가했거나 회피성향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주식’을 더 선호할만한 상대적인 위험조정 기대수익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는 것 역시 사람들의 위험선호도가 증대해서가 아니라 경기 회복이 주식의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을 상대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에 달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렇게 재미 없는 논의가 왜 필요한가? 주식으로 자금이 가면 가는 건데 왜 가는가를 이렇게 엄밀하게 따져 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실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망을 하는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즉, 지금의 자금 이동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면 경기 흐름에 대한 예상, 그리고 이를 토대로 도출되는 자산 클래스별 가격의 변화에 관계 없이 `상당 기간`, `구조적으로` 자산 클래스별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자금 이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자금 이동이 자산 클래스별 상대적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대한 예상과 이를 토대로 한 자산 클래스별 가격의 변화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자금 이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자금 시장의 현황을 보면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눈에 띄고, 다음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극심한 자금의 단기화인데, 이를 앞서 논의한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단 최근의 자금 단기화는 이해하기 어렵다. 가격 변동 측면에서나 기간 면에서 단기는 ‘안전자산’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는 이 자금이 반드시 위험자산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단기화라는 현상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냥 중간 단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의 변화라는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각 자산 클래스별 기대수익의 변화에 따라 이 자금은 주식으로도, 채권으로도, 부동산으로도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가 된다. 즉, 경기의 굴곡과 이에 대한 시장의 미래 경제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전망의 조정이 단기 또는 중기적인 자산클래스별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에 변화를 나타나게 하면 자금의 이동이 어떤 방향으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패러다임 변화의 눈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리가 올라서 다시금 채권으로 자금이 흐르고 금리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위험선호’가 ‘위험기피’로 다시 바뀌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개별 투자자의 입장이나 전망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다양한 현상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장이 판단을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두 번째 관점에서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기대수익률의 변화와 자금의 이동을 거쳐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며, 적어도 상반기 중 나타날 경기 지표들은 채권의 추가적인 기대수익률 하락 요인 또는 위험 확대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으로의 급격한 자금 이동은 없고(또는 채권시장으로부터의 급격한 자금 유출은 나타나지 않고), 결국 전고점 대비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새로운 정보에 대한 투자자나 경제 주체의 입장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고점 이후 50bp 가까운 금리 하락을 기술적인 문제로만 본다면야 어쩔 수 없고 투자 의사결정에 기술적 분석은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가격 변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며, 시장은 그것을 가격에 구현할 만큼 늘 현명하다.
사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해석하나 순환적으로 해석하나, 종국에 틀리던 맞던 장기적으로 볼 때 금리가 오르는 추세를 전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전까지가 문제다. 지난 번 BoMS 전망에서도 지적했듯이 경기 사이클의 변화에 따른 금리 상승을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다소 생뚱맞고, 금리가 오르기 이전의 단기, 좀 더 나아가 중기적인 자금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이른바 ‘10년후 한국’식으로 세상을 보면 올해의 경기 회복은 그냥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회복일 뿐이라고 폄하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야 ‘10년 후 한국’만큼 ‘3~6개월 후 한국’도 중요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