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나스닥시장이 결국 나스닥저팬을 포기했다. 전세계 증시통합이라는 나스닥시장의 야심찬 계획도 "기약없는 꿈"으로 남게 됐다.
16일 나스닥저팬의 일본 제휴선인 오사카증권거래소는 나스닥시장이 나스닥저팬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오사카증권거래소는 나스닥저팬에 전자 주식거래 기술을 제공해 왔다.
나스닥이 일본시장에서 손을 뗌으로써 나스닥저팬은 공중분해의 위기에 몰리게 됐으며 일본 벤처기업들도 상장채널 상실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시침체가 지분철수로 이어져 2000년 이후 계속된 세계증시 침체가 결국 나스닥저팬 포기로 이어졌다.
나스닥시장은 지난 2000년 6월 한국계 일본인 사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함께 오사카증권거래소에 전자주식거래 시스템인 "나스닥저팬"을 개설했다.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해 벤처기업의 공개를 유도하고 미국-유럽-일본을 잇는 전세계 24시간 증권거래시스템이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세계 주식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2000년부터 찾아온 세계 증시침체, 특히 인터넷을 포함한 기술주 거품이 급격히 제거되면서 세계증시 통합의 꿈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벤처기업들은 상장시기를 연기하기 시작했고 나스닥저팬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다. 출범 당시 연간 예상수익은 20억엔. 그러나 실제 수익은 5억엔에 그쳤고 누적손실만 53억엔에 달했다.
나스닥시장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무리한 전망도 결과적으로 실패의 원인이 됐다. 나스닥은 2001년 말까지 850개 기업을 상장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으며 올해 말까지 1000개사, 2005년까지 2000개사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나스닥저팬 상장기업은 82개사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겨우 16개사만이 나스닥저팬을 통해 주식을 공개했다.
결국 나스닥시장은 지난달 2000만달러의 나스닥저팬 투자손실을 상각한다고 밝혀 지분철수를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증시 구조개편 신호탄 나스닥이 지분철수를 공식선언했지만 나스닥저팬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스닥저팬을 "저팬뉴마켓"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또 나스닥저팬에 상장된 98개 일본 기업들은 나스닥저팬에 기술을 제공해 온 오사카증권거래소로 이전, 거래될 수 있다.
그러나 "나스닥"이라는 이름을 내년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시장개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일본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동안 나스닥저팬에 상장을 희망했던 벤처기업 및 신흥기업들이 도쿄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마더스나 니혼증권업협회의 자스닥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연구소의 오자키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나스닥시장의 안이한 전망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만 신흥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식시장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통합의 꿈, 물건너가나 이날 나스닥 인터내셔널 사장 존 힐리는 인터뷰에서 "나스닥저팬의 실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일본에서의 사업에 대해 장기적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지금은 사업의 초점을 유럽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증시 통합계획이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나스닥저팬에서의 철수는 전세계 나스닥시장을 하나로 묶어 24시간 매매시스템을 구축하겠다던 야심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저팬은 전세계 나스닥 자회사 중 최초로 24시간 상시 매매시스템이 될 예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나스닥유럽도 실패작으로 보이며 나스닥저머니를 만들기 위해 베를린증권거래소에 투자하겠다던 자금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추진한 런던증권거래소 및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와의 제휴도 실패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