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점, 호텔 등 서비스업황이 월가 전망치를 훌쩍 웃돌면서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향될 조짐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 호텔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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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달(52.7)보다 상승했고, 월가의 예상치(52.5)도 상회했다.
ISM PMI 지수가 ‘50’을 넘으면 업황이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ISM 서비스업 PMI 지수는 8개월 연속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활짝 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세부지수 모두 뜨거웠다. 신규 수주지수는 57.5로 전달(55)보다 올랐고, 고용도 54.7로 전월(50.7)보다 크게 뛰었다. 고용지수는 202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8월 고용보고서에서 일자리수가 깜짝 늘었는데 이와 일치한 수치다. 특히 가격 지수도 58.9로, 전월(56.8)보다 웃돌았다. 서비스 인플레가 다시 꼬리를 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가 하락 및 완만한 경기 둔화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연준 입장에서는 썩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닌 셈이다.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커트 랭킨은 “강력한 신규 주문은 고금리, 부채, 고갈된 저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기업활동이 계속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상당히 탄탄하면서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미국 GDP 성장률 전망을 실시간으로 게재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3분기 GDP 증가율(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는 무려 5.6%를 가리키고 있다. GDP나우 데이터는 실제 수치보다 늘 높게 전망하긴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S&P 글로벌의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2.3%, 골드만삭스의 전망치는 2.2%다. 골드만삭스는 1년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20%에서 15%로 아예 낮추기도 했다. 3개월 전 만해도 대부분 3분기 경기가 정체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스티븐 스탠리 샌텐더 캐피털 마켓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3분기 성장률이 3.7%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5%가 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예상했다.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에서 1.0%로 대폭 높여 잡았다. 시장에서는 9월 회의에서도 연준이 올해 GDP성장률을 상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된다면 그만큼 긴축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 컨설팅 회사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창업자인 오마이르 샤리프는 “성장률 상향 조정이 이뤄지면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폭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