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이란 동결자금, 스위스은행 이체"…美-이란 합의 후속(종합)

韓-이란 석유거래에 쓰이다 美 제재로 묶여
"한국 내 60억달러 포함 100억달러 동결 해제"
美 대선 앞두고 이란 핵 협상 진전 기대감도
  • 등록 2023-08-11 오후 2:25:04

    수정 2023-08-11 오후 2:25:04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석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가 동결에서 해제돼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해외 이란 자금을 동결 해제하기로 한 미국·이란 합의의 후속조치다.

(사진=연합뉴스)


이란 “韓 동결자금 등 도착해야 美 수감자 석방”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석유 수출 대금 60억달러가 스위스의 한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 자금이 유로화로 환전돼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이 자금을 카타르 정부 감독하에 식량과 의약품 등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석유 대금은 약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란은 미국 제재로 달러 송금이 어려워지자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중앙은행(CBI) 명의로 원화계좌를 만들어 석유 수출 대금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를 탈퇴하고 CBI까지 제재를 확대하면서 이 자금이 한국에 묶여 있었다.

이 자금이 다시 이란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전날 이란과 미국이 각각 상대국에 수감됐던 자국민 5명을 교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그 조건으로 한국 석유 수출 대금을 포함해 총 100억달러 규모 자금을 동결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란 측은 이 돈이 무사히 카타르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란에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2년 이상 이란 측과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역시 외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타르와 오만, 스위스 등도 이번 협상 중재에 참여했다.

잠재적 핵 협상 기대까지 모락모락

일각에선 이번 수감자 교환이 핵 협상을 진전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이 우라늄 고농축을 잠정 중단하는 대신 미국의 이란 자금에 대한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비공식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미국 소식통도 수감자 맞교환과 핵 협상은 별개라면서도 “아마도 다른 분야에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힘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잠시 멈추는 핵 합의를 타결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은 2015년 JCPOA를 통해 이란이 핵 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으나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JCPOA 재협상이 시작됐지만 이란의 반정부시위 탄압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높였다. 몇 달 안에 핵무기용으로 쓸 수 있는 90%까지 순도를 올릴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의 대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짐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이란 자금 동결 해제는 인질극을 부추기고 이란 정권의 도발에 노다지를 안겨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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