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최중경, 부동산 규제완화 재시동 건다(下)

2008년, 강만수 "자산디플레 걱정해야"
2010년, 윤증현 "급락 장기화되면 부작용"
  • 등록 2010-04-09 오후 3:25:10

    수정 2010-04-09 오후 3:25:10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부동산시장은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불패신화`의 종말을 거론한다. 이제 시장의 눈은 다시 정부를 향한다. 화끈한 규제완화로 이목을 끈 강만수-최중경 라인이 청와대로 옮겨 복원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풀었고, 앞으로 무엇을 풀 수 있을지 2회로 나눠 짚어본다.[편집자]

정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만족하면서도 급락 가능성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강보합세가 바람직하다"고 아예 기대치를 제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경기하락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거래 위축과 자산가치 하락, 소비 감소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만수 경제특보가 재정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2008년 12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보다 디플레이션(가격하락)을 걱정해야 할 때"라며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자영업자들이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 고위 당국자의 인식에 비춰볼 때 집값 하락이 조금 더 진행되면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 보금자리 민간 택지 25%→40% 가능성 커
 
최근 주택 공급시장은 공공이 민간을 압도하고 있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쏟아지면서 민간 건설업체는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강만수-최중경 라인의 복귀 첫 작품은 민간 건설업체의 활로를 열어주는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현재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택지의 25%로 돼 있는 민간 건설업체 몫을 법적 상한선인 40%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만수 경제특보는 최근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민간 건설업체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만큼 보금자리지구에서 민간 영역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강만수 특보, 부동산 규제완화 카드 꺼내들 듯

강만수 경제특보는 2008년 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양도세 한시 면제 등 규제 완화책을 강하게 밀어 붙인 바 있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으나 이듬해 2월부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이들 규제완화책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가능할 수 있다"면서 "가격 상승을 강남이 주도한다는 상징성이 부담이긴 하지만 시장 환경이 계속 좋지 않으면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지난달 경제자유구역 내 아파트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6월에는 민간택지에 대한 상한제 폐지안도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공주택의 공급이 활발한만큼 민간 부문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감면은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만 1년간 연장하기로 해 줬으나 건설업계는 수도권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 LTV, DTI 등 금융규제는 손대기 어려울 듯

하지만 금융 관련 규제는 손 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사상 최초로 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주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규제 완화는 수요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지만 정부 당국이 고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출구전략도 감안해야 하므로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완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 역시 "현재 제2금융권까지 적용하는 DTI를 조금 완화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근본적인 기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부동산 시장은 경제위기 이후 자연스런 조정을 겪는 과정이므로 인위적인 대책보다는 시장에 맡겨두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도 부동산 가격이 급락과 급등 이후 몇 년간 쉬어가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너무 많은 규제를 풀었기 때문에 더 이상 풀 것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더라도 여론을 의식해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에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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