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로 처음에 선보인 차는 `LS400`이었다. LS는 `럭셔리 세단(Luxury Sedan)`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싼 차`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도요타의 희망이 잘 묻어있다. 그런데 `렉서스`가 출범한지 1년도 안돼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도요타는 반짝 반짝 빛이 날 정도로 차를 세차하고, 연료 통에는 휘발유를 가득 채운 뒤 차량을 돌려줬다. 여기에다 소량의 선물까지 잊지 않는 센스도 발휘했다. 렉서스 운전자들이 `빅3`나 유럽계 메이커에서 느끼지 못했던 큰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도요타에 앞서 독일계 메이커인 아우디는 1987년 차량의 `급발진` 문제에 직면하자 잘못을 고객의 탓으로 돌렸다. 나중에 미 연방정부의 안전 조사관들이 아우디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5년간 아우디의 판매량은 80% 넘게 급감했다.
또 `급발진` 사고에서 책임을 벗은 아우디는 이전 판매량을 회복하는데 무려 15년이 걸렸지만,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도요타는 `렉서스 신화`를 창조했다. 특히 렉서스가 고급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범용차인 `도요타 브랜드`도 `토이 오토` 이미지를 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동이 전혀 없었다. 그 대신 자동차 결함을 은폐 내지 간과했다는 의혹으로 운전자들의 불안감과 불신만 증폭됐다. 도요타의 사장이 수 차례나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호된 비난만 이어졌다.
기자는 얼마전 셰리프(보안관)로 일하고 있는 안젤로 로피콜로씨와 도요타 리콜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도요타의 리콜 대상이 전부 신형 모델이기 때문에 자신의 구형 도요타는 안전하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사태가 진정되면 사람들이 다시 도요타를 찾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로피콜로씨의 말대로 도요타는 이번 리콜 사태로 이미지가 크게 깎였지만, 그렇다고 치명타를 입은 것 같지는 않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미국 `빅3`의 역량이 크게 약화된 점도 도요타에게는 다행이다.
사실 메이커들은 `리콜`을 크게 두려워한다. 리콜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그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더욱 더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과거 `렉서스 리콜`을 계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만약 도요타가 이번에도 자동차 결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신속하게 리콜 서비스를 전개했다면, 과거 `렉서스 리콜` 때 만큼 감동은 주지 못했더라도 지금처럼 가혹한 평가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렉서스가 출범할 당시 영업점 직원들은 주머니 속에 `렉서스 맹세(THE LEXUS COVENANT)`를 넣고 다녔다. "렉서스는 고객 한 분 한 분을 집안의 손님처럼 모시겠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없겠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기자는 이번 리콜 사태를 지켜보면서 도요타가 20년 전의 초심을 다시 기억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도요타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듯 싶기 때문이다. 초심이 중요한 것은 비단 도요타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