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경탑기자] 민영화 입찰을 통해 최대주주로 부상한 SK텔레콤의 KT지배가능성에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KT 이상철 사장이 양사 보유주식을 맞교환(스왑), SKT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해 주목된다.
SK텔레콤(17670) 지분 9.27%(827만주)를 보유중인 KT와 이번 민영화를 통해 KT지분 11.34%(3540만주)를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의 주식스왑 가능성은 KT 경영권 및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양사뿐 아니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KT와 SKT가 보유한 상대방 회사에 대한 주식을 시가로 환산할 경우 KT의 SKT주식은 2조3115억원, SKT의 KT보유지분은 2조425억원으로 주식스왑이 민영화 이후 양사간 일고있는 껄끄러운 분위기를 일소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양사간 주식스왑은 지난 22일 SKT의 KT지분 11.34% 추가 청약이후 외국계 증권사들에서부터 연이어 제기돼 온 이슈. 그런데 이 문제가 이날 민영화이후 첫번째 기자 간담회를 가진 이상철 사장의 "SK텔레콤은 KT지분을 4%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SKT와 주식스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 "SKT 제의땐 주식스왑 적극 추진"..KT사장
이상철 KT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11.34%(EB포함)의 KT지분을 확보한 SK텔레콤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주식스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SK텔레콤이 민영화 참여 이유로 삼성견제와 오버행 이슈 해소를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삼성은 전혀 참여하지 못했고, 오버행 이슈 문제야 자사와 완전 주식스왑을 하면 해소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입을 열었다.
그는 "무선분야 지배적사업자인 SKT가 유선분야 지배적사업자인 KT의 1대주주를 차지하는 통신독점상황은 국내외 어떤 경우를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SK텔레콤은 이번 민영화이전 1대주주인 미국 템플턴펀드 지분율 4.3%를 넘어서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어떤 경우에라도 SKT가 KT의 1대주주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 사장은 "정부도 SK텔레콤이 KT의 1대주주가 되는 상황을 좋게 보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가 이에 대한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SKT가 아직 공식적으로 주식 스왑을 제의해 오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결자해지라는 차원에서 SKT가 먼저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SKT, "KT와 주식스왑 고려안해"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현단계에서 KT와 주식 스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숱하게 여론의 화살을 받은 상황에서 이제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KT민영화 문제를 담당했던 SK텔레콤 한 고위관계자는 "앞서 밝힌 대로 1.79%의 교환사채(EB) 처분문제는 KT측과 협의하기로 했기때문에 KT측에 EB물량을 팔 수는 있지만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취득한 원주 9.55%를 KT측과 맞교환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주식스왑을 통해 KT와의 오버행 이슈를 해소한다 할 지라도, 향후 특정기업(삼성)이 KT경영권을 장악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EB 1.79%가 삼성쪽으로 넘어간다해도 향후 삼성 등과 KT지분 경쟁을 할 경우 자사는 9.55%를 보유해 100미터 달리기에서 50미터를 앞서지만 완전 주식스왑으로 같은 출발선에 설 경우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KT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50만여명에 달하는 관련 삼성인들이 011을 KTF의 016으로 바꿀 경우 연간 순익 감소폭이 4000억∼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며 "KT지분 유지한다는 자체가 향후 7조원 정도의 잠재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관련사 가구당 3대씩의 휴대폰 사용자를 가정할 경우 삼성이 KT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15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일순간 경쟁사인 KTF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SKT, KT지분 낮춰라"...국내외증권사 한목소리
SK텔레콤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SK텔레콤 주주는 물론 정부는 한목소리로 SKT가 KT지분을 어떤 형태로든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 김민기 통신담당이사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이 KT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KT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과 맞교환한 뒤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것"이라며 "(SKT가) KT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경우 SK텔레콤의 주주가치 훼손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SKT에게 KT와의 주식맞교환을 압박했다.
UBS워버그증권도 "SK텔레콤은 앞으로 몇개월동안 주주들과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주식맞교환을 하라는 상당한 권고를 받게 될 것"이라며 SKT에게 주식맞교환을 요구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위원은 "SK텔레콤이 KT 지분을 매입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그룹의 KT지분 확보에 대한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며 "KT가 SKT지분을 9.27% 보유한데 비해 SKT의 이번 투자액은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SK텔레콤이 KT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도 없으면서 막대한 자금을 무수익자산에 투자했다는 점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SKT측에서 유무선의 통합흐름에 맞춰 유선 무선사업자가 협력할 수 있는 차원에서 참여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경쟁관계이지 협력은 될 수 없다"고 SKT의 주장을 꼬집었다.
◇ 정부도 SKT에 KT 지분매각 압박
SKT의 KT 지분 매각 압박 분위기는 정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 22일 KT민영화 결과발표에서 SKT의 KT경영권 장악을 배제하는 방안을 공식 밝혔다. 정통부 한춘구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이날 "SKT가 KT지분을 줄이는 방법으로 양사간 주식스왑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22일 SKT의 1대주주 참여를 성공적인 민영화의 `옥의 티`로 비유하고 "SKT의 KT 경영간섭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국장은 "오는 7월 KT임시주총을 통해 정부가 마지막 주주권을 행사해 SKT의 KT이사회 참여 배제조항을 정관에 신설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특정대주주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T의 경영간섭 간여를 배제하기 위해 KT정관에 전환우선주 제도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KT 소유와 경영 분리,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위해 현행 민영화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임이사 추천권 ▲사장 추천위원회 등 사외이사특별권한과 사장 공모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KT 민영화후 통신업계 공정경쟁 여건 조성을 위해 기존 요금인가, 접속료율 결정, 가입자선로 개방 등 규제제도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정통부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SKT의 경쟁제한성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KBS 제1라디오 `박찬숙입니다`에 출연, SKT의 KT주식 취득과 관련해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SKT에게 KT지분)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경쟁제한성이 없다 하더라도 독과점 행위는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방위로 옥죄어오는 KT지분 매각요구와 이날 이상철 KT사장의 발언으로 다시 공을 넘겨받게 된 SKT가 어떤 대응책으로 이 국면을 넘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