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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공백 등을 메우기 위해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39%(151개)에 수준이었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 350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즉,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더라도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병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지난 13일 기준으로 발령을 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6376명(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현재 간호사 국시를 앞둔 4학년 간호대생들은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탁영란 간호협회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