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전 세계 450여개 민간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주요 25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확대폭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레바논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IIF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10달러(상승률로는 10% 수준)씩 오를 때마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0.7%포인트씩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마이너스(-)1.5%포인트에 육박하는 레바논 다음인 25개국 중 24위였다.
아울러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등지에서의 밀 수출이 줄어 밀값이 톤당 50달러(상승률로는 10% 수준)씩 뛸 경우 이집트의 경상수지가 0.2%포인트씩 줄어들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우리나라도 0.02%포인트 정도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경상수지 감소는 원자재 수출 감소나 수입 증가에 따른 상품수지에서의 피해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에 따른 자본수지에서의 피해를 합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빈 브룩스 II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뛸 경우 남미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수출 위주의 신흥국들은 수혜를 보겠지만 동서구 유럽에 있는 신흥국들은 무역 감소로 인한 피해를, 원유와 곡물 수입이 많은 아시아 신흥국은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IIF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러시아의 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15% 역(逆·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점쳤다. 이는 종전 전망치였던 3%에서 무려 18%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보고서에서 브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방권의 대 러시아 제재 때문에 금융 여건이 급격하고 전례 없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이는 극심한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더 격화되거나 장기화하면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조치가 더 확대돼 러시아의 상품 및 서비스 세수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이는 경기 침체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