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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실제 이런 일들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버젓하게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식약처는 비보존제약이 허가·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4개 자사 의약품과 5개 수탁 의약품을 제조한 사실을 적발, 해당제품을 잠정 제조·판매 중지시켰다. 이에 앞서 금주 초 식약처는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바이넥스(053030)에 대해서도 자사를 포함해 수탁받은 의약품 38개 품목에 대해 제조,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는 앞으로 전국에서 의약품을 위탁,수탁해 제조하는 30개사에 대해서도 긴급 특별점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불법적으로 의약품을 제조해온 제약사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이들 사태의 이면에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공동생동’ 제도가 자리한다고 판단한다. 공동생동은 제약사 수십곳이 공동으로 개발비를 분담, 복제약 개발을 완료하면 각자 이 복제약의 판권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생동으로 탄생한 복제약은 한 제약사에서 똑같은 성분으로 제조했지만 판권을 확보한 제약사 수십곳이 서로 다른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게 관행이다.
공동생동은 품질개선보다는 철저하게 비용대비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제약사들이 선호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있다. 이번에 적발된 두 회사도 모두 공동생동으로 탄생한 복제약의 위탁·수탁 생산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제약사이다. 이들은 생산하는 의약품의 품질관리보다는 비용절감에 주력하다보니 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제조공법과 성분을 사용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동생동 제도가 보편화되다 보니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복제약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있는지 오래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 종류는 2만4931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복제약은 80% 수준인 2만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에 비해 세계1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 종류는 불과 5000여 가지에 그친다.
식약처도 이런 공동생동 제도의 폐해를 절감하고 이 제도를 폐지하고 복제약을 개발하는 1개 업체당 최대 3개사까지만 공동 참여할수 있도록 제한하는 ‘1+3’ 제도 도입을 지난 수년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식약처의 개선안을 “경쟁을 제한한다”면서 사장시켜버렸다.
죽어가던 ‘1+3’제도는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등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자료를 이용한 허가 신청 가능품목을 3개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건을 발의, 다시 부활의 기회를 맞고있다. 이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공동생동을 ‘1+3’ 제도가 대체할수 있기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