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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조 바이든
(사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5일째인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찾았다. 첫 방문 부처로 미 외교정책을 주관하는 국무부를 택한 거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미 우선주의’ 타파하고, 이로 인해 기가 죽은 외교관들에 힘을 실어주는 일종의 ‘트럼프 지우기’ 행보로 풀이됐다. 약 20분간의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이뤄진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동맹복원을 통한 미국의 위상 재정립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를 위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 세계 미군 배치에 관한 검토를 이끌 것이라며 이는 미군 주둔이 외교정책,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적절히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독일로부터 어떤 (미국) 군대의 철수 계획도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말 미국은 3만6000명의 주독미군 중 약 3분의 1인 1만2000을 감축, 미국 및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아예 뒤집거나 변화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분석이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우려도 상당 부분 사그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2주간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등 미국과 가장 가까운 각국 지도자들과 통화했다며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는 동맹과 협력 관행을 다시 형성하고 지난 4년간 무시와 학대로부터 위축된 민주적 동맹의 힘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문제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연설에 앞서 미 안보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 북한에 관한 질문에 “대북 정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나는 그 검토를 앞질러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간 설리번 보좌관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이 시사해온 ‘새로운 대북정책’ 마련을 위해 모든 선택지를 원점에서 재검토 중임을 재확인 셈이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정적(政敵)인 러시아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악의적 행동에 미국이 쉽게 나가떨어지고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던 시절이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대가를 부과하고 중요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수감 중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조건 없는 석방도 촉구했다.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에 대해서도 “인권·지식재산권·글로벌 지배구조에 대한 공격에 맞설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국익에 맞는다면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