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다"..2013년 고용대란 온다

고용시장 일자리 창출여력 소진
경기둔화 지속에 기업 신규채용 축소
고용 견인 자영업 포화로 대란 우려
  • 등록 2013-01-09 오후 2:32:17

    수정 2013-01-09 오후 2:52:07

[이데일리 김정민 이지현 기자]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깊어진 불황에 기업들이 신규채용 여력을 상실한데다 완충 역할을 해온 자영업 창업 또한 포화상태여서 올해는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문제’라는 난제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고용시장은 표면적으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수 증가폭은 43만7000명으로 2002년(59만7000명) 이후 10년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좋은 일자리’인 대기업 채용이 크게 늘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1000명 이상 기업의 정규직 채용인원은 2010년 3만5222명, 2011년 4만6619명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월 말 현재 5만9805명으로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실속은 없었다. 취업 증가는 직장에서 내몰린 베이비부머가 생계를 위해 자영업 창업 등 재취업에 나선 영향이 컸다. 임금근로자 증가수는 2011년 42만7000명에서 지난해 31만5000명으로 둔화됐지만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취업자수가 늘었다.

자영업자 현황 (통계청·LG경제연구소)
송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감소하던 자영업자 수가 2011년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최근 취업자수 증가는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한 은퇴자 등 노년인구들이 앞다퉈 자영업 창업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일자리 증가 또한 ‘일자리 창출이 곧 사회공헌’이라는 사회적 압력에 밀려 수요 이상으로 채용을 늘린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취업 인구가 급증하기는 했지만 고용시장의 일자리 창출여력은 소진된 상태다.

채용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74개사를 대상으로 2013년 4년제 대졸공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54개사(67.9%) 중 신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은 194개사(51.9%)에 그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고용시장을 이끌었던 자영업 창업 또한 수용한계를 초과한 지 오래다.

이지선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고용시장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 뿐”이라며 “경기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영업의 특성상 내수경기가 악화될 경우 언제든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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