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 전 재산".. 젊은 '카 푸어' 늘고 있다

투자가치 떨어진 집 대신 '라이프스타일' 車에 관심
저축 없는 젊은 층, 잠재적인 사회 불안요소 우려도
  • 등록 2012-11-27 오후 2:27:37

    수정 2012-11-27 오후 2:27:3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연봉 4000만원대의 직장인 2년차 정진영(27·가명)씨는 지난달 첫 차로 아우디 A4 2.0 TDI(4380만원)을 선택했다. 선수금 1000만원에 약간의 할인을 받은 결과 할부금은 월 74만원(36개월·12%)이었다. 그는 월 100만원의 여유자금으로 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 달에 40만원을 초과해 월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40만원이 나갔다. 새 차를 살 때의 기분은 잠시잠깐, 그의 삶은 팍팍해졌다.

20~30대 젊은 직장인 사이에 이 같은 ‘카 푸어(Car Poor)족‘이 늘고 있다. 저축없이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차에 소비하다보니 쓸 돈이 그만큼 줄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수입차 개인구매의 44%(올해 약 3만대 전망)가 20~30대가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자동차 마니아나 고소득층에 한정됐던 수입차 주력소비층이 젊은 직장인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카 푸어족은 저축이나 결혼 등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인식이 강하다. 자신의 장래를 불안해 하면서도 사고 싶은 것부터 사고 보며,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수입에 비해 버거운 차를 사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 지출을 적게 잡은 이들은 저축은 커녕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고 심지어 빚을 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의 수입이 대졸 평균치인 월 255만~343만원보다는 많긴 하지만 한달에 150만원 안팎이 들어가는 3000만~4000만원대의 자동차를 유지하기란 버겁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보증기간이 끝나는 3년이 지나면 수리비가 크게 느는 반면 중고차값은 뚝 떨어져 상대적으로 부담은 더 늘어난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자동차는 별장이나 요트처럼 구입하는 순간 가치가 10~15% 떨어지고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아주 특수한 상품이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직후 무모하게 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이런 소비 패턴을 바꿀 만한 동력은 없다. 이들의 눈은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1000만원대의 중소형차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되려 수입차의 대중화와 함께 3000만~4000만원 고가의 차종만 매년 수십종씩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결혼이나 내집마련 등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데다 이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집 빼고는 자산이 없는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년이 빨라지며 노후 자금도 불안정한 상태다.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세대가 동시에 자금압박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개인의 최대소비는 부의 상징이자 투자가치를 지닌 부동산(집)이었으나 자동차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삶에 충실한 젊은층은 차를 이동수단보다는 라이프 스타일로 여기는 경향이 더 크다”며 “국내자동차업체들도 젋은이들의 능력에 적합한 차량개발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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