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환율 1400원 고착화 우려…“유연성 필요”

트럼프 당선 후 1400원 돌파 후 안착
관세 부과·재정 적자·레드 스윕에 ‘달러 사자’
내년 1월 트럼프 취임까지 1400원대 지속
  • 등록 2024-11-13 오전 5:00:00

    수정 2024-11-13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00원을 돌파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집권하면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굳어져 1달러=1400원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94.85원)보다 8.65원 오른 1403.5원에서 마감했다. 환율 종가가 1400원 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장 내내 환율은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오후에는 환율 하단이 지지되면서 1400원 위로 안착하는 모습이었다.

정규장 마감 이후 환율은 상승 폭을 확대했다. 오후 4시 15분에는 1408.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7일 1404.5원의 연고점을 재경신한 것이자,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내각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하면서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해졌다. 또한 주변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과 재정 적자 확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미국 하원의원 선거 개표가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공화당이 과반수 확보에 더 근접하자 ‘레드 스윕’(Red Sweep)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5 포인트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1400원’은 한국 경제에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경기의 불안 리스크가 확산하던 시기와는 다르다.

최근 환율 1400원을 대하는 외환당국의 모습도 사뭇 다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지금의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전 1200원이 하던 심리적 저항선 역할은 1300원이 새로운 스탠다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1400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환율은 1400원대 안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1400원 안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이를 또 다른 위기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1400원 환율에 지나친 경계감보다는 환율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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