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하루 새 6% 급등했다.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심사를 지연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 가격이 급락했는데, 실제 심사 지연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심사 지연 결정이 빨리 나오면서 악재가 소멸하고, 내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란 기대는 더 커진 모양새다.
16일 가상자산 시장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6.3% 뛴 3만7800달러를 기록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대표격인 이더리움도 3.7% 오른 2056달러에 거래 중이다.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조4400억달러로, 전일 대비 5.6% 늘었다.
이 같은 상승 추세는 SEC가 자산운용사 해시덱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심사 기한을 연기한 가운데 나타났다. 해시덱스는 지난 9월에 비트코인 선물 ETF를 현물 비트코인 ETF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을 낸 바 있다. 오는 17일이 결정 마감 기한이었는데, SEC는 1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심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차라리 심사 기한 연기 결정이 빨리 나온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연내 현물 ETF 출시 여부를 놓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일단 차익 실현에 나서는 매물이 많아지고 가격이 하락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실제 전날엔 비트코인 현물 ETF 심사 지연 전망이 확산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3만5000달러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어제 발표된 미국의 10월 인플레이션 둔화 호재도 뒤늦게 반영된 모습이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3.3%)를 하회한 것은 물론, 전월 상승률(3.7%)보다 크게 둔화한 것이다. 이번 지표 발표 후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