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한국형달궤도선 쏘지만 연구자들 노심초사 속사정

올해 누리호·한국형달궤도선 발사 예정
미국산 부품 사용 제한 규정으로 달착륙선 제동
항우연 올해 달착륙선 기획연구 시작 목표
기술 자립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해법 필요
  • 등록 2022-01-12 오전 11:00:00

    수정 2022-01-14 오전 10:34:5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작년 10월 국민의 열망을 담았던 국산 로켓 누리호가 올해 하반기 께 두 번째 시험 비행에 나선다. 비행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중량 1톤급 이상 실용급 위성을 스스로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된다. 오는 8월에는 한국형달궤도선 발사도 이뤄져 우리나라 우주 탐사시대의 개막을 알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데 새해 희망찬 소식에도 항공우주 전문가들의 속사정이 편하지 않다. 누리호와 한국형달궤도선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이후 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때문이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우리나라가 2030년께 위성이나 달 착륙선을 누리호에 실어 달에 보내는게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국형달궤도선 쏘지만 연구자들 노심초사 왜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제무기규정은?

ITAR는 국방 분야 미 군수품 목록에 대한 수출입을 제어하는 미국 정부 규정이다. 주로 중국, 북한 등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적대적인 국가에 수출을 통제하기 만들어졌다.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폐기된 ‘한미 미사일지침’이 양국 간 규정이라면 ITAR는 다자간 규정이다. 단, 일본,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ITAR의 기반인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출범 이전에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해 ITAR 예외로 인정돼 미국 부품과 기술을 로켓과 위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국이 자국 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다른 나라 로켓으로 발사하는 것을 제한하기에 우리나라는 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 발사를 해왔다.

한국형달궤도선의 경우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로켓을 이용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NASA가 개발한 탑재체인 영구음영지역카메라도 들어가는 등 미국 땅에서 미국 발사체로 발사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

하지만, 국산 로켓을 우리나라에서 발사할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누리호가 성능을 검증하게 되면 올해 12월(예정) 초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군집위성 11기를 2027년까지 보내게 된다. 초소형위성이나 소형위성은 우리나라가 국산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사에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 위성을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 스스로 발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달착륙선을 비롯해 소행성 탐사 등 후속 미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궤도선만 하더라도 부품별 단위별로 다양한 ITAR 품목이 들어가 있다. 중대형급 위성인 다목적실용화위성, 천리안위성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착륙선이나 위성에는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핵심 품목이 들어가는데 국산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사일에 썼던 부품을 우주용도로 개량하고, 기술개발도 해야 한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누리호로 발사하면 ITAR 통제를 받지 않는 제품을 쓰거나 국산화해야 하는데 소규모 제작이라는 점에서 기업 참여가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고, 단기간에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달착륙선, 소행성 등 우리 발사체로 우주에 올리려면 궁극적으로 ITAR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달궤도선 본체 상상도.(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달착륙선 사전 연구 올해 목표

ITAR 규제는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추세다. 미국 기업 입장에서도 수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ITAR 예외 적용을 받는 ITAR 적용 예외 제품도 있다.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에서 관할하는 EAR(미국 수출 관리 규정)로 등급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와 아르테미스 협정 체결로 한미 우주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ITAR는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노력을 하면서 국가간 협약이나 정치적인 노력으로 풀 수도 있다”며 “불가능하다고 봤던 한미미사일지침이 해제된 것처럼 쉽게 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 보다 달착륙선을 통한 과학탐사 임무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미국과 외교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ITAR가 우리나라에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측면이 있지만, 다자간 규정이라는 점에서 폐기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예외 적용 사례를 만들거나 우리나라 대우를 바꿔나가야 우주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 외교 안보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달착륙선을 한국형발사체나 후속 발사체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항우연은 작년에 달착륙선 사전기획연구를 했고, 상반기 중으로 기획연구를 시작해 내년이나 내후년께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획연구를 통해 ITAR 규정에 저촉되는 부품이 필요한지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인도를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국가로 꼽았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인도도 ITAR 예외 적용을 받지 못했는데 이를 풀어냈다”며 “인도가 찬드라얀 달탐사선을 계속 발사하고, 미국이 만든 탑재체를 함께 실어 올리는 등 기술력과 외교전을 펼친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ITAR는 우리가 매달린다고 풀어주는 것도 아니고, 관망하고 있어도 안 된다”며 “우리로서는 항공우주 부품에 대한 최대한 기술 자립도를 높여 대내외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과 설득 작업을 긴 호흡으로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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