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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안보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사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4가지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내치(內治) 후 반중(反中) 전선의 외연 확장이다. 이 과정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도·태평양 정책인 ‘쿼드’(Quad)를 계승, 확대·발전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일본·호주·인도에 머물지 않고 동맹연합을 한국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으로선 골칫거리를 하나 더 안게 될 공산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평화연구소(USIP) 화상세미나에서 △체제경쟁을 위한 내부문제 해소 △동맹규합 △기술전쟁 △행동준비를 4개 대중 접근법으로 내놓았다. 일단 중국과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미국식(式) 민주주의의 문제점 정비 등 내부갈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금과 같은 분열상이 지속할 경우 중국이 ‘중국식 모델’이 훨씬 낫다는 주장을 펴며 미국을 고립으로 이끄는 전략이 자칫 먹힐 수 있다는 우려게 배어 있다. 설리번 보좌관이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과제로 “집안 정리”를 꼽은 배경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동맹 규합을 강조하며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근간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쿼드의 형식과 메커니즘을 넘겨받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중국을 노골적으로 정조준하는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 외교장관 회의를 거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베트남·뉴질랜드를 더한 이른바 ‘쿼드 플러스(+)’로 확장하길 원했다. 한때 미국의 정권교체로 쿼드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찮았으나 이번에 설리번 보좌관이 쿼드 계승 및 확대·발전을 분명히 한 만큼 한국의 참여 압박은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쿼드 플러스가 향후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되길 원하는 눈치다. 그간 공식적으로 그 어떤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은 한국으로선 다소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세 번째로 인공지능·양자컴퓨팅·생명공학·청정에너지 등 핵심 최첨단 기술에서 대중 우위를 유지하도록 동맹 간 협력· 미 내부의 공격적 투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행동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부터 전 세계 대사관에 이르기까지 분명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을 요약하면 현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는 내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든 대통령이 당분간 외교문제보단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경제 불평등 극복·인종갈등 해소 등 국내문제에 먼저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의미다. 향후 대중 전면전을 벌인다고 해도 블랙리스트·관세폭탄 등 ‘일 대 일’이 아닌 동맹규합을 통한 ‘일 대 다(多)’ 구도를 통해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동맹규합 과정에서 한국에 역할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한국정부 역시 전략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한·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