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예산’ 삭감에 대해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 법인세 인상안 예산부수법안 지정 등이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15개 상임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가 모두 끝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본격 가동 중이다. 계수조정소위라고 불리는 예산안조정소위는 예산에 대한 막판 감액과 증액을 결정한다.
우려와 달리 ‘최순실 예산’ 삭감을 두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비교적 무난하게 합의를 한 터라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담당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48억5500만원을 최순실 예산으로 판단해 삭감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액 논의는 있어도 다시 증액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 18일 열린 예산안조정소위는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을 교문위 의견대로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여야는 삭감된 예산을 어느 분야로 증액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졌다. 예산안조정소위는 연말 예산정국의 ‘꽃보직’이라고 불린다. 지역구에 알짜배기 예산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삭감된 최순실 예산을 따먹기 위한 지자체와 지역구의원들의 물밑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어림잡아 상임위에서 감액된 예산은 1조원 정도인데 증액된 예산은 이보다 수배나 많은 상황에서 예산안조정소위가 이를 가르마 타야 한다”면서 “최순실 예산 감액보다 이를 배분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문제도 걸림돌이다. 세법은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할 예산부수법안이다. 부수법안에 따라 정부의 세입예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접 예산부수법안 지정해 본회의로 넘길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지만, 여당이 예산 수정안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여당이 야당의 요구가 반영된 수정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12월2일에는 기존 정부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여야간 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다.
예산실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올해에도 제때 예산안이 통과될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법정시한이 넘어가도 별도의 제재는 없겠지만, 예산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된 집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