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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집행 시한을 이틀 앞둔 이날 경찰의 행보는 ‘유족과의 충분한 협의’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족 등의 반발로 이날 영장 집행을 강행하진 않았지만 추후 재집행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양측 간 충돌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상태다.
‘인간스크럼’ 짜고 몸으로 저항…警, 3시간여 만에 철수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의 현장 지휘로 9개 중대 약 900명의 경력을 서울대병원 주변에 배치,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앞서 유족과 투쟁본부 측에도 영장 집행 의사를 사전 통보했다. 현장 상황에 따라 투쟁본부 측과의 충돌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현장에는 투쟁본부 측 수백 명을 비롯해 박주민·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모여 ‘인간 스크럼’을 짜고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주검이 안치돼 있는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도 설치했다.
투쟁본부 측 반발이 거세자 경찰은 일단 진입을 중단했고,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양측 간 협의를 위해 중재에 나섰다. 오전 11시 45분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를 만난 홍 서장은 “유족이 부검 반대 의사를 직접 밝히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고 오후 1시 15분쯤 결국 철수 의사를 밝혔다. 홍 서장은 “(유족 측이)직접 만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전달받은 뜻을 존중해 오늘은 집행하지 않고 철수하도록 하겠다”며 물러났다.
6차례에 걸친 경찰의 (영장 집행)협의 요청에 유족 측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집행 시한을 이틀 앞둔 이날 집행 시도에 나선 것은 강행 전 ‘명분쌓기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백씨의 딸 도라지씨는 “명분쌓기에 불과한 꼼수일 뿐”이라며 “자꾸 가족을 만나자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는 데 만나고 싶겠느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28일 법원의 영장 발부 이후 유족 측과 협의 요청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집행 시한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상황보고서 은폐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했지만, 법 집행기관으로 영장 집행을 포기할 경우 ‘공권력이 무력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영장 집행 시도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 온라인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경찰은 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 여지를 남겼다. 홍 서장은 영장 재집행이나 협의 시도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영장 집행 시한까지) 이틀 남았는데 그 부분은 다시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집행 시한인 25일 자정까지 언제든 집행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유혈 사태 등 대규모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쟁본부 등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집행 시한까지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오늘은 경찰이 철수했지만 영장 시한인 25일 자정까지 강제집행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장례식장을 지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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