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과시욕에 수입차 할부마케팅.. '카 푸어' 양산

  • 등록 2012-11-27 오후 2:27:33

    수정 2012-11-27 오후 2:27:33

[이데일리 이진철 김자영 기자] 주말인 지난 24일 수입차 전시장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의 BMW 매장은 주차장에 여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차량 구매를 상담을 하기 위해 30~40분은 기다려야 딜러를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전시장의 한 딜러는 “이미 구입을 염두에 둔 차량에 대한 정보는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금융상담을 하기 위해 주말에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또다른 수입차 거리인 대치동 휘문고 인근의 거리의 매장에도 주말임에도 열명 이상의 딜러들이 출근해 수입차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젊은 회사원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휴무를 이용해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우디 매장의 한 딜러는 “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토요일에도 40~50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아 상담을 한다”면서 “특히 주말에 구매로 이어지는 알짜 계약들이 많아 모든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30대 젊은층 구매비율, 40~50대 연령층 앞질러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반영하듯 서울 시내 도로에서 이제는 고가의 수입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수입차는 부유층만 탄다는 고정관념이 깨진지 오래다.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수입차 오너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입차 시장은 16개 업체에서 25개 브랜드 350여개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매년 평균 60~70여대의 신차가 출시될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됐다.

수입차 업체들은 기존의 프리미엄 고객은 물론 젊은층을 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신차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 조사에서 지난해 연령대별 수입차 판매는 30대(36.4%)의 구매율이 2006년 이후 40대를 앞질렀다. 20대(7.6%)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져 젊은층의 수입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는 6300만원으로 2003년(7700만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낮아졌다. BMW의 3시리즈와 미니(MINI), 폭스바겐의 골프와 더 비틀, 아우디 A4, 도요타 캠리 등이 3000만~4000만원대의 가격과 우수한 연비, 주행성능 3박자로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젊은층을 겨냥한 3000만원대 차량의 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젊은층 소득수준 넘어선 수입차 할부 구매.. ‘카 푸어’ 양산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젊은층이 3000만~4000만원대의 차량을 구입하기란 여전히 부담스럽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100인 이상 5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은 월평균 255만원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 30대 연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급의 평균 초임은 차장 481만원, 과장 417만원, 대리 344만원 수준이었다.

자료: 경총 2012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2012년 상반기 수입차 가격대별 판매현황 (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12년 상반기 연령대별 수입차 구매 현황 (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시장조사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는 적정한 자동차 구매비용에 대해 “연봉이 차량 가격의 두배는 돼야 하고, 유지비는 월수입의 15% 수준이 적당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총 1만6363명의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격이 4000만원 전후 수입차의 경우 연봉이 76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수입차의 연료비를 제외한 유지비는 평균 103만~139만원 수준으로 월소득이 640만~870만원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젊은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과 현재의 수입차 가격수준을 감안할 때 목돈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빚을 내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인 셈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초기 목돈 부담을 낮춘 할부금융 마케팅에 나서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폭스바겐·아우디 등 빅 5 브랜드들은 이미 국내에 할부금융사를 설립해 할부와 리스 프로그램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고가 수입차량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차주의 할부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겨도 재리스, 차량매각 등을 통한 채권회수가 가능해 최종 손실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입차 회사들이 국내에 설립한 할부금융사들인 BMW파이낸셜(지난해 순이익 531억원),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설(154억원), 도요타파이낸셜(32억원)은 지난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빚을 얻어 수입차를 산 고객들이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의 최대 수익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 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젊은층의 소비심리와 이를 부추기는 수입차 회사들의 할부 마케팅이 월수입의 대부분을 차량 할부금으로 부담하는 이른 바 ‘카 푸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는 구입비용은 물론 국산 부품 대비 2.5~8배 정도의 부품비와 약 2.5배의 공임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자신의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젊은 소비자들의 수입차 구매에 대해선 경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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