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사례1> 지난달 6일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장중 1860선에서 거래되던 코스피는 루머가 퍼진지 10분 만에 1824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경찰 조사결과 파생상품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렸던 작전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2> 지난해 7월 한 장의 사진이 증권가 메신저에 떠돌면서 상장사 D사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다. 등산복 차림의 문재인 이사장과 얼굴이 가려진 한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남성이 D사 대표라는 소문 때문. 사진을 올린 사람은 개인투자자 A씨였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문재인 이사장과 관련된 인터넷 까페에서 찾아낸 사진 속의 남성을 D사의 대표이사인 것처럼 조작해 유포했다.
<사례3> 지난 2010년 `유명 제약회사가 동물용 백신 시장 강화를 위해 백신 전문 업체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가 증권가 메신저 및 증권 전문 사이트 등에 올라왔다. 인수 대상 업체의 주가는 순식간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내용은 곧바로 다른 언론사로 마구 퍼져나갔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이 기사는 주가조작 일당과 짠 고등학생 K군이 쓴 가짜였다.
최근 증권가 메신저를 통한 유언비어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에 이어 한달 뒤엔 김정은 사망과 중국의 북한 파병설 등 각종 북한 관련 루머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또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이벤트에 편승한 각종 루머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회사 대표가 특정 정치인과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으로 친분이 있다거나, 특정대선주자가 당선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진화하는 `작전세력`..인터넷 발달로 단타 늘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루머 뒤에는 작전세력이 숨어 있다고 본다. 루머에 취약한 국내 증권시장의 약점을 이용해 `한방`을 노리는 세력이 늘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세력들이 각종 루머를 `뉴스`인양 재가공해 유포하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원전 폭발설이 불거졌던 지난달 6일 국문으로 유통되던 허위정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번역기를 통해 도쿄통신 발 기사로 재가공돼 유포됐다.
또 수년 전 나온 기사를 날짜만 바꿔 유포하는 방식도 흔하다. 이 밖에 기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이름을 사칭해 허위 보도자료를 만든 뒤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전파시켜 소문을 퍼뜨리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작전 세력들은 본인이 원하는 지수 방향에 맞는 호·악재성 루머를 유포,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 할 경우 미리 사둔 금융투자상품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특히 증권가 메신저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특성을 이용한 초단타 주가조작이 행해지고 있다.
◇금융당국, 강경 대응 나설 것
금융당국은 테마주와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루머 유포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기능을 확대하고,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특별 조사반을 새로 만들고,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대처방안을 지난달 초 내놨다.
당국은 테마주 관련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의 긴급 조치권을 활용,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하기로 했다.
또 '테마주 특별 조사반'을 금감원내 신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특별 조사반은 테마주에 편승한 시세조종 및 북한 루머와 관련된 부정거래 등을 전담한다. 특히 테마를 생성하는 세력과 관련자들의 부정거래 등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금감원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합동 루머 단속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또 시장경보조치를 강화해 작전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