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새책)맨발의 기봉이

  • 등록 2006-04-28 오후 3:18:15

    수정 2006-04-28 오후 3:18:15

[이데일리 전설리기자]"우리 마을 일등 효자,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엄마를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새책 `맨발의 기봉이`는 엄기봉씨를 직접 만난 그려낸 포토 다큐멘터리 형식의 논픽션 에세이다. 2003년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그는 지난 27일 개봉한 김수미, 신현준 주연의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존 주인공이기도 하다.

충청남도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의 외딴 집. 허리가 굽은 팔순의 노모와 여덟 살의 지능을 가진 마흔의 아들, 엄기봉씨가 살고 있다.

정신연령 여덟 살, 정신지체 1급 장애인, 가난한 노총각..그러나 기봉씨는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낡고 가난한 집안 살림을 하고, 산에서 나무를 하고, 들에서 나물을 캐며, 바다에 나가 조개를 주워온다.

그런데도 기봉씨는 "슬플 때 엄찌. 난 다 좋지"라며 행복하단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단다.

이래뵈도 기봉씨는 벌써 네 번의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이자 동네에서 소문난 조각가, 야무지게 일 잘 한다고 인정받는 일꾼이다. 하늘만 척 보면 보통 때처럼 더듬지도 않고 술술 일기예보를 읊는다.

이제 기봉씨에게 꿈이 생겼다. 다음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1등을 하는 것. 1등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엄마의 틀니를 해드리고 싶어서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총각김치를 아작아작 씹어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늘도 기봉씨는 엄마를 위해 달린다. 그래서 행복하다.

저자 김서영은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놀이치료사로 일하다가 1990년대말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 `숫자 세기`, `리오`, `너에게 늘 모자란 것` 등이 있다. 황금나침반.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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