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박승총재가 3월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라는 자리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얘기들을 본인 스스로의 표현대로 "작심하고" 펼쳐 놓은 자리였다.
박 총재는 강연을 해달라는 은평구청측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내가 이 이야기는 꼭 한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박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신도시 건설은 구멍뚫린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강북의 대단위 공영재개발을 통한 초우량 주택지화 정책 ▲구별 세수 균등화 조치 ▲서울시를 하나로 하는 단일학군추첨제 실시 및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중심체제로의 대학입시 전환 ▲수도권과 지방간 조세부담율에 격차를 두는 방식을 통한 산업입지의 지방분산화 등 4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박 총재는 공보실장에게 ▲공영재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를 현행 3분의 2이상에서 51%로 낮추고, ▲보상수준은 중립적인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정하고 주민동의를 받을 때 보상수준에 대한 보상도 같이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자들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다.
공영재개발이 실제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제시하는 수준에 비해 주민들의 보상 수준이 너무 높아 재개발이 좌절되기 쉬운데다 3분의 2 이상의 동의도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제안은 박총재가 과거 건설부 장관을 하면서 분당 신도시와 일산 신도시를 직접 만들었던 경험에 의해 나온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공영재개발을 할 때 주민들이 받는 보상은 프리미엄 기준으로 30~50% 정도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100%도 간다고.
재개발을 하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이 되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개발의 혜택을 해당지역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가져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는게 박총재의 판단. 그러나 재개발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보상수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재개발이 지연되고, 너무 많은 예산지출로 재개발 활성화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