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대중공업 주식 어디로 갔을까?

  • 등록 2001-06-22 오후 8:20:28

    수정 2001-06-22 오후 8:20:28

[edaily] 현대상선이 현대중공업 주식 200만주를 대량 매도한 것과 관련, 증시에선 두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이 주식을 누가 샀을까 하는 것이다. 두번째 의문은 왜 장중에 매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 거래에서 대해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의 은밀한 작전이 숨어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작전의도가 깔려 있다하더라도 이 거래는 그 자체로 환영을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현대상선은 자구노력의 실행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중공업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상선의 지분 매각으로 계열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 특히 정몽준 고문이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경영권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누가 주식을 가져갔을까=이날 상선은 장내 거래로 200만주를 팔았다. 오후 1시께부터 마감전까지 100만주가량을 매도했고 장마감후 시간외거래를 통해 100만주를 자전거래했다. 오후 1시부터 장내에서 매각되는 동안에 수백~수만주 단위로 나눠서 팔았고 반대쪽에서는 계속 매수하는 곳이 있었다. 상선은 "인수자중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으로 누가 이 주식을 사갔는지 털어놓지 않고 있다. 지분율 2.6%로 신고의무가 없고 중공업의 자사주 매입 공시도 없는 만큼 인수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내 최고의 제조업체인 중공업의 주식 200만주이 그냥 일반에 의해, 단순한 투자목적으로 매각됐을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짐작은 우선 이 거래가 직접 거래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상선이 외국 증권사에 매도하고 외국증권사가 일정기간후 다시 최종 인수자에게 매도하는 3각 거래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늘은 중공업 주식이 최종 인수자의 손에 도착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추측의 근거에는 우선 매입의사가 있을 수 있는 중공업은 자사주펀드를 설정하고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또 정몽준 고문도 현재 10.34%를 보유중인데 이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중공업은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공시만 했을 뿐 대주주인 정 고문의 매입 신고는 하지 않았다. 정 고문은 아마 다음 기회에 주식 매입을 할 요량으로 보인다. 제일 가능성이 큰 것은 현대에서 분리된 위성그룹들이 매입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까지 상선과 중공업이 주식 매각문제를 협의한 결과 이 문제로 얼굴을 붉히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특히 중공업이 기꺼이 수용하는 우호세력, 그중에도 위성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공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중공업 관계자는 "중공업 주식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고 여러 위성그룹에 쪼개 팔 경우 경영권 논란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합의가 실체화되기 직전,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 미국현지법인 자회사에 대한 중공업의 12억달러 구매보증문제가 터졌다. 3만원에 근접하던 중공업 주가는 수일만에 2만3000원대로 폭락했다. 가격 폭락에 따라 현대상선은 주식매각일정을 뒤로 미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최근 중공업 주가가 3만2700원으로 1년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자 상선은 위성그룹들에게 넘기기로 한 것으로 추측된다. LG증권의 장근호 애널리스트는 "위성그룹이 샀다면 이를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왜 장중에 팔았을까=현금이 한푼이라도 아쉬운 상선 입장에서는 중공업 주가가 높을 때 팔고 싶었을 것이다. 때문에 요즘처럼 중공업 주식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날도 상승세로 마감되면 종가로 거래할 수 있는 시간외 거래를 통해 더많은 매각대금을 챙길 수가 있었다. 실제 이날 중공업 주가는 개장초부터 오르기 시작, 낮 12시전에는 전일대비 2000원(6.5%) 오른 3만2700원까지 도달했다. 이후 매각이 시작되면서 중공업주가는 상승폭을 좁혀갔고 결국 전일대비 300원(0.98%)오른 3만1000원에 매각됐다. 3만2700원으로 마감된후 시간외거래했다면 상선은 34억원가량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상선은 장중에 주식을 팔았고, 계속되는 매도로 주가가 하향추세를 그리고 있는데도 매각을 멈추지 않았을까. 해답은 간단할 지 모른다. 주가가 오를 경우 인수하려는 측이 "가격이 너무 높다"며 인수를 거부하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 예컨대 상선과 위성그룹간에 모종의 가격으로 주식을 넘기기로 합의했는데 가격이 자꾸 오르자 매각협상이 결렬될 것을 우려, 서둘러 팔아버렸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상선이 매각을 결심하게 된 것도 중공업 주가가 지난 21일 고비로 종가기준으로 3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주가가 3만원이 넘자마자 그 다음날 팔아버린 것은 양측이 합의한 매각/인수가격이 3만원 수준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현대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팔았고, 더욱이 3만1000원이라는 종가에서도 100만주를 거래함으로써 이정도 가격이면 만족한다는 매각자와 인수자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이 정도 가격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김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상선은 평균 주당 2만1000원에 취득했기 때문에 이번 주식 매각을 통해 200억원가량의 매각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선, 중공업 주가전망은=LG 장 애널리스트는 "상선의 경우 대북사업 관련 부담감해소와 해운 업황만 고려, 투자의견을 단기매수로 냈는데 중공업 주식매각 등 자구노력 본격화 요인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선은 내년 3월 장기차입금 및 회사채 상환 자금, 이자비용 등 총 1조8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는 것. 중공업에 대해서도 앞으로 상선의 보유주식 처분으로 물량 부담이 있지만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의 이종승 선임연구원은 "장이 안 좋을때는 수급에 따르지만 지금은 인수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날 오전중 중공업이 현대석유화학 지분을 완전 감자하는데 동의했다는 소식에도 불구, 주가는 오름세를 계속했다"면서 "이번의 경우도 중공업이 계열분리 약속을 지킨다는 신뢰도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담보 해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나머지 주식의 매각은 나중에 이뤄질 것"이라며 "중공업 주가는 앞으로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단기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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