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액티브 주식형 펀드서 662조원 이탈…역대 최대

전통 액티브 뮤추얼 펀드서 올해 4500억달러 유출
高수수료·低수익률에 ETF로 갈아타는 투자자 증가
대형주가 증시 상승 주도하는데 소형주 집중해 외면
"고령자 비중 큰 것도 영향…퇴직 후 투자금 회수"
  • 등록 2024-12-31 오전 11:13:15

    수정 2024-12-31 오전 11:13:1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662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다. 많은 투자자들이 패시브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리면서 자산관리 산업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EPFR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뮤추얼 펀드에서 인출된 자금이 약 4500억달러(약 662조 31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종전 최고액인 지난해 4130억달러(약 607조 85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통적인 주식형 펀드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추세가 지속됐다. 2021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액티브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 저조한 수익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는 지난 1년 동안 평균 20%, 지난 5년 동안은 연평균 13%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유사한 유형의 패시브 펀드 수익률(각 23%, 14%)을 소폭 하회한다. 반면 연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액티브 펀드가 0.45%로 벤치마크 추적 펀드의 0.05% 대비 9배 높다.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대형 기술주가 이끄는 월가 지수 상승률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했다고 FT는 짚었다.

아웃소싱 최고투자책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스 캐피털의 설립자 스탠 미란다는 “기관투자자라면 MS나 애플과 같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을 정말 재능 있는 (수수료가) 비싼 팀에 (투자를) 할당할 것이다. 그러한 종목들은 모두가 주목하고 모두가 보유해 진정한 통찰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소규모 회사들을 살펴보기 때문에 M7 보유 비중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액티브 펀드 투자자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젊은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자산관리 산업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모닝스타의 애덤 사반 선임 분석가는 “사람들은 은퇴를 위해 투자해야 하고, 어느 시점에 (투자금을) 인출해야 한다.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투자자 기반은 나이가 더 많은 쪽으로 치우쳐 있다. 신규 자금은 액티브 뮤추얼펀드보다 인덱스 ETF로 더 많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프랭클린 리소스와 티 로우 프라이스, 영국의 슈로더와 애버딘 등 전통적으로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대규모로 운용해 온 자산운용사들에서 올해 막대한 자금이 이탈했다고 FT는 전했다.

액티브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중 상당액이 ETF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리서치업체 ETFGI에 따르면 올해 ETF에 유입된 자금은 1조 7000억달러(약 2502조원)에 달한다. 총자산은 전년대비 30% 증가해 15조달러(약 2경 2077조원)에 이른다.

FT는 “한때 증시를 주도했던 액티브 펀드 시장을 패시브 투자와 ETF가 어떻게 황폐화시키고 있는지, 또 ETF의 지배력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ETF는 그 자체로 증시에 상장된 펀드여서 세제 혜택과 (투자에 있어)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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