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원' 포스텍 연구팀, '플로켓 상태' 장시간 구현…네이처 게재

'고체 양자물질' 제어·측정 플랫폼 개발 성공
"플로켓 상태, 25시간 이상 지속"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5년째 지원
  • 등록 2022-03-22 오전 11:00:00

    수정 2022-03-22 오후 6:53:11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연구팀의 논문이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사진은 포스텍 물리학과의 이길호·조길영 교수.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항공대(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6일(영국 현지시간) ‘네이처’에 게재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전자(005930)가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지원받은 연구진은 약 1만4000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2600건의 논문이 게재됐으며 특히 ‘사이언스’(9건), ‘네이처’(8건), ‘셀’(1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만 450건에 달한다.

이길호·조길영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플로켓 상태는 전자와 빛이 양자역학적으로 결합한 상태를 말한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경우 향후에는 빛을 쪼임으로써 ‘위상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할 수 있는 등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기존 방식(열, 압력, 화학물질 첨가 등)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된 바 있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하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로켓 상태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선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또한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길호·조길영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올해에도 기초과학,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자유공모 연구과제 720여 건을 신청 받아 서면심사와 발표심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지원 과제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5년간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지원된 연구비는 자유공모 49건 804억7000만원, 지정 테마 12건 152억1000만원 등 956억800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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