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질주·인텔의 승부수…삼성전자, 파운드리 설 자리 좁아지나

'파운드리 재진출' 인텔, 34조 규모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
TSMC 올 2분기 약 15조 '역대급' 매출…삼성과 격차 더 벌렸다
딜 성사 땐 TSMC·삼성·인텔 3파전…"삼성 전략적 투자 나서야"
  • 등록 2021-07-16 오후 1:19:55

    수정 2021-07-16 오후 2:26:25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 종합반도체 회사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에 나서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재진출의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선지 4개월 만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혀가는 상황에서 기술력에 업력까지 갖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투자를 하면 살아남고 안 하면 죽는 사업이 반도체 사업”이라며 가뜩이나 수장 부재인 삼성에 적잖은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싱가포르 글로벌파운드리 설비의 반도체 칩 웨이퍼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인텔, 기술력·인프라 갖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성사 시 300억달러(약 34조2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뉴욕주에 본사를 두고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 등 공장에서 AMD와 퀄컴, 브로드컴 등이 주문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딜이 순조롭게 성사될진 아직 미지수다. WSJ은 “최종 확정까지는 변수가 많다. 글로벌파운드리가 당초 계획대로 자체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도 있다”고 썼다. 글로벌파운드리 측 역시 “인텔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부인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의 UMC와 함께 세계 3위권 점유율 파운드리업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로, 대만 TSMC(55%),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17%)에 이어 대만 UMC(7%)와 비슷한 수준이다. UMC와 점유율 수치는 같지만 매출 면에서 한발짝 뒤에 있다. 1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파운드리(13억100만달러)와 UMC(16억7700만달러) 차이는 3억7600만달러(약 4300억원)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약 5년전까지만 해도 TSMC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3대 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진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최첨단 공정에 진입하지 못했다. 여전히 12나노, 22나노 공정 등을 활용해 시장에선 AMD, 퀄컴, 브로드컴 등 첨단 CPU와 통신칩을 생산하고 있고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자동차용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은 안정적인 고객사를 끌어들이고 오랜 기술력과 인프라를 사들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최근 파운드리에 재진출한 인텔 입장에서는 잘 하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해 그 사이트에서 설비보강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지키려고 모종의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SMC와 인텔 사이에 낀 삼성…“전략적 투자 필요”

문제는 삼성전자의 입지다. 파운드리 1위인 TSMC와 격차에서도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경쟁자가 급부상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TSMC는 이날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영업이익 52억100만달러(약 5조9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132억9000만달러(약 15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 하나만으로 역대급 매출을 쓴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올 2분기 잠정실적에서 반도체 부문 호조로 깜짝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 매출 21조~23조원 중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만 17~18조원의 매출을 달성했을 뿐,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5조원 내외에 그쳤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초미세 첨단 공정에서도 5nm 공정까지는 TSMC와 비슷하게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초 TSMC가 주요 고객사와 함께 3nm 제품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온 점은 의미심장하다. 닛케이아시아는 TSMC가 애플·인텔과 함께 3nm 제품 테스트를 시작했다며 내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모두 내년에 3nm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TSMC가 한발 앞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의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3nm 양산 시점을 2024년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TSMC와 격차는 벌어지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사업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어 삼성전자도 발 빠르게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TSMC는 이미 120억달러(약 13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짓기로 했다. 여기에 중국 난징 공장을 확장하는데도 28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 현재 투자 리스크(위험)를 조사 중”이라고 언급했다. TSMC가 일본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리에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진호 교수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고 투자를 늘리면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 중 마켓 안정성면에서 입지가 약한 삼성전자가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도체는 투자집약적이라서 사업 투자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 삼성도 전략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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