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에선 고를 게 없다".. 홀대 받는 서민車

선택폭 사실상 13종 불과.. 3000만원대의 4분의 1
  • 등록 2012-11-27 오후 2:27:26

    수정 2012-11-27 오후 2:27:2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3년차 직장인 전대인씨(가명·33)는 최근 첫 차를 사기 위해 1000만원대 초·중반의 신차를 알아봤다. 그러나 딱히 마음에 드는 차가 없었다. 그는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500만원 많은 2000만원 초반대의 국산 준중형 디젤 모델을 샀다. 전 씨는 “신차는 쏟아지는데 정작 사회 초년생이 살 만한 차는 많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가 판매하고 있는 차종을 가격대별로 분석한 결과 서민용 혹은 직장 초년생을 위한 ‘퍼스트 카(first car)’ 격인 2000만원 미만 차량은 별로 많지 않았다. 국내에 시판중인 511대의 모델중 기본가격 기준 1000만원 미만은 불과 4종에 그쳤다. 1000만~2000만원 미만 역시 42종으로 모두 합쳐 전체의 9.0%에 그쳤다. 2000만원 미만의 경·소형차의 국내판매 비중이 41.6%(1~10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대비 소비자 선택폭은 좁은 셈이다.
*2012년 11월 현재 판매중인 511종 대상으로 조사한 가격대별 차종 수(기본가 기준). *세단/해치백 등 디자인과 엔진 배기량 및 형태(가솔린/디젤/LPG/하이브리드) 구분.
2000만원 미만의 42종도 그나마 디자인(세단·해치백)과 엔진형식 구분(가솔린·디젤·LPG)을 더한 것으로, 여기에 봉고나 그랜드 스타렉스(LPG) 등 소형 상용차 5종을 빼면 실제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승용차는 13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2000만원대는 57종, 3000만원대와 4000만원대 차종은 각각 70종으로 값이 비쌀수록 선택 폭은 넓다. 같은 모델을 한데 묶는다 하더라도 2000만원대는 44종, 3000만원대는 54종으로 2000만원대 차량에 비해 선택폭은 각각 4배였다.

특히 3000만원대의 경우 최근 수입차업체들이 BMW 신형 1시리즈같은 2000만~3000만원대의 중소형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선택폭이 한층 넓어졌다. 현재 이 차급에는 국산 중형 세단 및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수십여 종의 수입차가 있다.

반면 2000만원 미만 신차의 경우 스파크·모닝·레이 등 경차 3종과 프라이드 같은 소형차와 아반떼·K3 등 준중형 세단이 전부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볼 때 2000만원 미만 신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수요는 꾸준해 구태여 신차 공세를 펼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산 브랜드는 수입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성 개선과 함께 가격대를 올리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005380)가 ‘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PYL)’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i30나 벨로스터의 경우 최저가는 1800만원 안팎이지만 옵션을 더할 경우 2100만~23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 4월 출시한 현대차 벨로스터 터보. 벨로스터의 기본 가격은 1757만원부터 시작하나 올해 출시한 터보 모델의 최고사양은 중형 세단급인 2405만원이다. 현대차 제공
경차 역시 옵션 추가를 이유로 매년 가격이 뛰어 레이의 2013년형 풀옵션의 경우 1400만원~1600만원 선이다.

정부 정책도 고가 차량을 선택케 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9월 소비진작을 위해 개별소비세 1.5%p 인하를 일률적으로 적용했고, 그 혜택은 고가차량이 누렸다.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경차의 경우 아예 혜택이 없었다. 고연비·소형차에 혜택이 집중된 유럽·일본 등과는 거꾸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연간 130만대 전후로 한정된 국내 승용차 시장의 경우 제조사가 구태여 저가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저가 중소형에 혜택을 확대하는 시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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