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를 맞아 금융 시스템 붕괴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바닥난 곳간을 채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은행들에 대한 감독 수수료를 물리기는 방안을 고려중이며, 동유럽 국가들은 주류와 담배에 대한 세금을 올리려 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금융 거래세를 1년만에 부활시킨 것도 겉으론 투기를 잠재우고 헤알화의 과도한 절상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속내엔 어떻게든 세금을 더 거두려는 계산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 프랑스 "은행들, 감독비용은 직접 내라"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재무부는 프랑스에 등록돼 있는 은행과 보험사들이 금융 감독에 대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재무부 대변인은 "규모나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선 은행들이 생존 위기에 빠진 금융 부문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출연한 정부 부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프랑스에 앞서 벨기에 정부는 지난 주 모든 예금에 대한 새로운 세금을 도입했다. 금융위기 때 지원받은 은행들은 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도에서였다.
중도 좌파 정부가 들어선 프랑스에서 세금 논쟁은 매우 민감한 문제. 내년 지방 선거도 예정돼 있고, 사회당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빈곤층에 비해 대형 은행들만 도우려 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는 대형 은행들에 약 150억유로를 투입했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너럴(SG) 등은 올 연말까지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영국에선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은행들이 갑자기 큰 이익을 냈을 때 이에 대한 초과 이윤세(windfall tax)가 고려돼 왔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이를 구체화할 것 같진 않다고 한 관계자는 전망했다.
◇ 중부·동유럽, 주류 및 담배세 올린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부 및 동유럽 국가 정부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효성이 입증돼 있는 담배 및 주류에 대한 세금, 이른바 `죄악세(sin tax)` 올리기에 나설 태세다.
슬로바키아는 주류를 밀수해 판매하는 바(bar)들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으며, 헝가리는 포커에 대한 세금 물리기를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향후 3년간 맥주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을 검토중이다. 내년에 200% 인상하고 2011년에 11%, 2012년에 20%를 올리는 식이다. 아직 대통령 승인을 받진 않았다.
슬로바키아는 자국내 바에서 팔리는 주류에 대한 세금을 10% 올리는 한편, 레스토랑에서 파는 주류는 비과세하려 하고 있다. 바에서 팔리는 주류가 대부분 불법 주조돼 이미 세금을 낸 병에 담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세를 검토하고 있는 프랑스 역시 바와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최신식 마개가 있는 리필이 안되는 병에 담긴 주류에 대한 과세를 제안했다.
JP모간 체이스의 미로슬라브 플로자르 이코노미스트는 "중부 및 동유럽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재정적자를 메워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가장 먼저 나설 수 있는 것은 세금 인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