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일본 시장에서 골프 GTI의 가격은 347만엔. 현재 환율로 계산해도 3000만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는 이 차량의 국내가격이 420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국에서 수입차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골프 같은 대중차도 이렇게 비싼값에 팔리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 "우린 명차라 비싸~"
국내에서 수입차의 가격이 전 차종에 걸쳐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BMW는 인기 모델인 528(사진)의 국내 가격을 6750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미국내 판매가격 4만 4000달러 보다(약 4500만원) 2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벤츠 역시 S600 모델을 미국 시장보다 1억원 가량 비싸게 팔고 있다.
그러나 BMW 528은 5월 현재 1785대를 판매해 베스트 셀링카 1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벤츠의 S600도 고수입 전문직의 인기차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벤츠·BMW 등 명차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같은 대중차 브랜드도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 `물타기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00cc 미만의 중소형차 골프 `골프 2.0 GTI`(사진)와 `골프 GT 스포츠 TDI` 를 4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골프를 명차로 생각한다"며 고가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골프 2.0 TDI는 5월 현재 142대가 팔려 이 회사의 라인업 가운데 5번째로 많이 팔리고 있다.
◇ 비싸도 잘팔리는 이유는?
고가의 수입차가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싸면 비쌀수록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소 비싸더라도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성을 중시하는 부유층들의 잘못된(?) 소비 관행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최규호 변호사는 이에대해 "수입차 구입비 100% 전액을 손비 처리해주는 국내 세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일정액 이상에 대해 손비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면 수입차 가격 거품은 금세 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손비처리때 세금환급을 받을 수 있어 고가의 수입차를 사는데 상당부분 할인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같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과 한국시장의 판매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미국처럼 큰 시장과 한국 시장의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또 가격에 상관없이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시장논리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장은 "타 시장에 비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수입차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그에 맞는 품질성능과 서비스를 제공 받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