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 투자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의문은 아마도 여기에 집중될 것이다.
지난 달엔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이에 파편은 씨티그룹 등 월가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 기정 사실화됐다.
그러나 씨티그룹이 밝힌 규모만 해도 이를 훌쩍 넘는다. 메릴린치도 최근 3분기 관련 상각 규모를 당초보다 늘려 밝혔고, 씨티그룹도 추가 상각 규모가 최고 1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영진들은 줄줄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고 있다. 씨티그룹이 지난 주말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웠고, 이에 앞서 메릴린치도 `월가 최초의 흑인 CEO`로 유명했던 스탠리 오닐을 해고했다. 베어스턴스의 CEO 교체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5일(현지시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통해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4분기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분기 씨티는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과 채권 거래에 따라 22억달러를 상각한 바 있다.
상각이란 장부상 자산에서 줄어드는 가치 감소분을 산정, 감소한 만큼 고정자산 금액에서 공제하고, 동시에 비용으로 계상된다.
개리 크리튼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분기(4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의 추가 상각 규모가 80억~1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확인했다.
씨티의 서브프라임 문제는 직접 대출에서부터 자산담보부증권(CDO) 조각조각까지 흩어져 있고, 신용평가사가 줄줄이 관련 증권 등급을 낮추면서 폭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별로 놀라는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투자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신용위기 리스크가 더 오래 갈 것"이란 혐의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내년 중반은 돼야 위기 극복"
씨티는 서브프라임 손실 뿐 아니라 이를 막기 위해 조성하겠다던 1000억달러 규모의 `슈퍼펀드`와 관련해서도 지출을 해야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씨티가 주도해 만들겠다던 `슈퍼펀드`는 은행들이 돈을 모아 풀(pool)을 만든 뒤 자금난에 처한 구조화투자회사(tructured Investment Vehicle; SIV)에 지원해 발등의 불을 끄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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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씨티그룹의 기본자본(Tier 1) 비율은 지난 분기 말 7.3%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엔 8.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실제론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츠사이츠의 프리 드 실바 애널리스트는 "손실 규모가 구체화하면 이 비율은 6.8%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권고하는 적정 수준은 6% 이상이다.
씨티그룹은 다만 추가 손실에도 불구, 현금흐름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금을 지급하기엔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내부적으론 신용위기로 인한 문제를 모두 해소하기 위해선 내년 중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