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EO `결자해지` 정신에 기업신뢰도 쑥쑥

닷컴버블 붕괴·엔론 스캔들로 추락했던 기업 신뢰
기업 자구 노력으로 회복
  • 등록 2007-05-02 오후 2:07:25

    수정 2007-05-02 오후 2:07:25

엔론 스캔들의 파장을 풍자한 그림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정보통신(IT) 벤처기업 부실을 말하는 소위 `닷컴버블` 붕괴와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분식회계 스캔들 이후 지난 5년반 동안 경멸의 대상이었던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홍보회사 에델만이 미국의 대졸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기업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 엔론 사태가 발생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기업이 돌아왔다(Business is Back)`는 제목으로 에델만의 조사 결과를 커버스토리로 전했다.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징후는 단순히 통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던 경영대학원(MBA) 지원자수는 지난해 급등했고, 경제 전문 채널 CNBC의 유료 시청자수와 경영학 서적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전직 고위경영진들의 조직인 HSM그룹이 올해 뉴욕에서 여는 강연회의 입장료는 2500달러를 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천의 표현을 빌자면 `록 스타 공연 티켓 팔려나가듯` 동이 났다.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면서 기가 죽어 있던 고위 임원들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페덱스의 최고경영자(CEO) 프레드 스미스와 듀폰의 채드 홀리데이 회장 등은 적극적으로 언론 앞에 나서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생쥐처럼 머리를 처박고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하던 CEO들이 호랑이처럼 포효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정신` 때문. 미국 기업들은 지난 5년 반 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CEO들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돌려 놓기 위해 애를 썼다.

`에코매지네이션`의 주창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캐리커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생태 환경(ecology)`과 `상상력(imagination)`을 합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주창하며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세계적인 운송업체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은 자원 보호와 재생을 역설하고 있고, 하워드 슐츠 회장은 직원의 권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천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지방을 강타했을 당시440톤의 구호물자를 거의 무료로 제공한 페덱스와 미국 기상청보다 12시간 먼저 태풍 경보를 제공한 월마트를 관련 사례로 들었다.

포천은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스톱옵션 백데이팅(행사 시점을 조작해서 차익을 거두는 방법)`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애플과 고액 보수 논란에 휘말린 일부 CEO들의 사례에서 보듯 반기업 정서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포천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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