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미국 기업들의 실적 보고시즌(어닝시즌)이 문을 열었다. 이번주 애플컴퓨터 모토로라 제네럴모터스(GE) 이베이 브로드컴 게이트웨이 노키아 노텔 스프린트 에릭손 등 미국증시에서 거래되는 유명한 기업들이 잇따라 2분기 실적과 3~4분기 실적전망치를 발표한다.
그러나 엔론과 월드컴 등의 회계부정으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보고와 전망치 발표에 예전처럼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기업들이 실적수치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자 보도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말로 투자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표현했다.
이로 인해 시장조사기관인 퍼스트콜이 2분기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3%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증시는 살아나기는커녕 추가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재무제표와 경영자의 정직성에 대한 의심이 주가하락의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최근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는 지난주 700포인트가량 떨어지며 7.4%의 하락률을 보였다.
◇장밋빛 전망은 이제그만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치와 전망치가 다분히 낙관적이고 허황됐던 지난날의 경향을 상당부분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실적전망을 낙관적으로 발표할 경우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들이기보다는 ‘또 무슨 속임수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게 뻔하기 때문이다.
방크 원 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의 주식펀드매니저 린 유투리는 “과거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 목표치는 월가의 추정치보다 다소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결국 기업들이 회계처리방법이나 재고수준 변동등을 통해 기업실적을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실적을 좋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과거 회계처리방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했던 것에 대해 ‘고해성사’를 할 수도 있다고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루파마에셋매니지먼트의 주식포트폴리오매니저 마크 브론조는 “더 많은 회계부정이 밝혀지는 것은 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마치 건강진단을 받는 것처럼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무제표의 행간을 읽어라
전문투자자들의 경우 기업 재무제표에 숨어있는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새로운 해석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브론조는 재무제표의 맨 아랫줄에 있는 순이익수치보다는 가장 위에 있는 매출수량이나 매출액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작정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의 회계놀음에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경제회복의 속도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웰즈캐피탈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짐 폴슨은 “재무제표에서 매출액과 순이익사이에는 수많은 항목이 존재한다”며 “그 안에서 기업들은 얼마든지 이익수치를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출액도 회계부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카셀로 교수는 이익수치가 의심스러울 때는 매출액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는데 동의하면서도 “회계부정이 드러난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매출액을 부적절하게 계상했다”고 경고했다.
카셀로는 “매출액이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며 “회계장부를 조작하고자 할 때 매출액을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브론즈는 또한 기업실적을 분석할 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대신에 ‘잉여 현금흐름(free cashflow)’을 사용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과는 달리 비용의 자본화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컴은 5분기동안 비용을 자본으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38억달러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때 보다 확실한 다른 방법들도 있다. 우선 매출액성장률이 경쟁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높으면 회계상 문제가 없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주당순이익에서 벗어나라
카셀로는 “다른 경쟁기업들의 매출액성장률은 10%정도인데 한 기업만 50%라고 섣불리 매수했다가는 피터린치(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처럼 고수익을 얻기는커녕 또다른 월드컴이나 엔론을 사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종목선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에비타(EBITDA:세금 이자 및 상각전 영업이익)도 무턱대고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에비타는 주로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 선호하는 실적지표로 월드컴이 실적을 발표할 때 이 지표를 사용했다.
회계전문가들은 또한 재무제표를 분석할 때 주당순이익(EPS)와 같은 최종결과물보다는 기업의 영업활동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는 미묘한 단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했다.
어드바이저리캐피털파트너스의 설립자인 로버트 에클리스는 “EPS는 아이들의 시험성적표나 마찬가지”라며 “시험성적이 좋다고 아이가 나머지 학교생활도 모두 잘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에클리스는 “그보다는 주가와 관련된 다른 재무적 또는 비재무적 정보를 검토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시장점유율의 증감, 신제품의 매출실적, 연구개발진의 추가고용 등의 정보를 는 재무제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중요한 정보들”이라고 말했다.